
19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한국 원화의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27개국 대비 실질실효환율지수(2010년 100 기준)는 122.34로 작년 말(118.53)에 비해 3.2% 상승해 절상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기준 지수는 2015년 5월(123.88) 이후 1년9개월 만에 최고치다.
올 들어 27개국 중 14개국은 실질통화가치가 절상됐고 13개국은 절하됐다. 한국에 이어 호주 통화의 실질가치가 2.6% 올라 2위를 차지했고 스웨덴(2.3%), 멕시코(2.2%), 캐나다(2.0%) 등이 뒤를 이었다. 실질실효환율지수가 상승하면 해당국 통화의 교역상대국 통화 대비 실질가치는 절상됐다는 의미다. 실질실효환율은 물가변동까지 반영된 교역상대국에 대한 각국 돈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각국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파악해 수출여건을 가늠하는 지렛대다.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보다 화폐 가치가 고평가됐고,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비교 대상을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을 모두 포함해 전 세계 61개국 기준으로 확대하면 지난 2월 말 기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114.02로 작년 말(110.63)에 비해 3.0% 상승해 절상률이 7위 수준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2월(118.75) 이후 9년 만에 최고다.
올 들어 61개국 중 30개국은 실질통화가치가 절상됐고, 1개국은 그대로였으며, 30개국은 내렸다. 한국보다 절상률이 높았던 국가는 베네수엘라(8.1%), 브라질(6.1%), 남아프리카공화국(5.3%), 러시아(5.2%), 콜롬비아(4.0%), 폴란드(3.2%) 등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무역흑자가 많아 대표적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한 중국이나 독일은 올 들어 실질통화가치가 각각 0.6%와 0.8% 절하됐다. 반면에, 역시 환율조작국으로 지목된 일본은 올 들어 실질통화가치가 1.0% 상승했다.
비교기간을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로 확대해봐도 한국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작년 10월 말에서 지난달 말까지 1.9% 절상됐다. 같은 기간 중국 위안화의 실질가치도 1.0% 상승했다. 반면에, 독일은 0.9%, 일본은 7.8%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실질통화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진 국가는 터키(-10.1%), 일본(-7.8%), 멕시코(-3.3%), 유로존(-2.7%), 그리스(-2.5%), 아일랜드(-2.5%), 말레이시아(-2.4%) 순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캠페인 당시부터 중국이 수출할 때 미국보다 유리하게끔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형태로 조작하고 있다며 대통령에 취임하는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표해왔다. 그는 취임 이후인 1월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며 “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상혁 선임기자 nex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