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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닭’은 천연옻칠 회화 작가 성태훈의 주된 연작이다.

‘날아라 닭’시리즈는 닭장이 아닌 자연 상태에서 성장한 닭의 날갯짓으로부터 시작됐다. 그의 닭들은 날지 못하는 새가 아니다. 창공을 힘차게 난다. 병아리와 어미 닭, 그리고 봉황으로 연계되는 이 퇴조한 새는 그 어떤 새 못지않게 자유로울뿐더러 언제든 비상하는 역동성을 갖추고 있다.

‘FLY展 - 성태훈 개인전’이 31일까지 TTM갤러리(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7길 18)에서 열린다.

작가가 처음부터 닭을 주제로, 작업에 몰입 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그의 그림은 전통 수묵화에 가까웠다. 실경을 그리거나 평화로운 일상 속 천진난만한 아이 등을 한지에 수묵담채로 담아냈다. 때론 시들어가는 화초에 전투기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시대성과 역사성을 관통하는 은유적 화법의 그림들도 그렸다. 질곡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작가는 현장성이 도드라지거나 사회비판적인 작품들도 꽤 많이 만들었다.

그의 그림에 변화가 깃든 것은 2010년이다. 작업실 앞마당에서 키우던 닭을 재미삼아 쫒던 중 잡히지 않으려 날개를 퍼덕이는 닭을 문득 발견한 것이다. ‘날아라 닭’시리즈의 시초다.

작가는 “닭도 어떤 상황에 처하면 목적지까지 날아간다는 사실을 목격했다”고 말한다.

작가의 시선에 닭들의 날갯짓은 하나의 이상으로 여겨졌다. 그것은 작가가 꿈꾸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계를 상징하는 몸짓과 갈음되는 것이다.

더 이상 쓸모 없어진 날개를 애써 퍼덕이며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 애처로운 사람들, 부지런하게 현재를 걷지만 한편으론 절박함과 처연함이 투영된 우리네 초상이었던 셈이다. 문명의 이면에 놓인 비현실적 사건들과 부조화된 삶을 치환하는 방법으로 선택된 ‘날아라 닭’은 이처럼 날 수 없을지라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 설사 희망 없는 세상일 지라도 결코 좌절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배어 있다.

특히 그에게, 어둠을 뚫고 날아가는 닭은 우리 소시민들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상과 희망의 치환이고, 험난한 세상(도시) 위를 가로지르는 닭들처럼 고통과 번민, 역경을 딛고 살만한 사회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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