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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필녀의 비상(왼쪽), 차수정의 살풀이 |
전통무용의 진정한 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판 춤사위를 펼쳐 보인다.
(사)궁중무용춘앵전보존회(이사장 박은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가 12일 오후 4시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서 개최하는 ‘한국춤 100선 열두마당’- 지천명(知天命)의 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전통 춤을 추는 일을 하늘이 내린 사명으로 알고 평생 동안 정진해 온 명인들과 그 제자들이다. 한국 춤과 함께 스승과 벗 그리고 제자로 만나 삶의 희로애락을 춤사위로 풀어내며 인생의 여정을 묵묵히 걸어온 춤꾼들이다.
1982년부터 36년 동안 춤을 춰온 박은영 교수는 춘앵전의 산증인이다. 조선의 마지막 무동이었던 김천흥 선생으로부터 25년 간 직접 가르침을 받고 공연하며 후배들을 양성해 왔다. 스승이 타계한 이후에도 홀로 꾸준히 연구하고 깨달음을 얻으면서 보급 계승해 온 장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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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의 춘앵전 |
춘앵전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물으면, “그냥 ··· 춘앵전이 좋다”고 답하는 박교수는 “춘앵전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 등 모든 것을 바라본다”고 말한다.
“이렇게 이야기 하듯, 그냥 인생의 시작이었고, 기준이 되었으며, 관점이 된 것 같습니다.”
박 교수는 이번 공연에서 ‘어여쁜 여인 달빛아래 거니는데 비단소매춤 바람에 나부끼네 꽃 앞에 선 자태 어찌나 아리따운지 군왕은 다감한 정에 맡기시네’라는 춘앵전의 창사 대목을 양희은의 노래 ‘인생의 선물’ 가사로 바꾸어 부른다.
‘봄 산에 피는 꽃이 그리도 고울 줄이야 나이가 들기 전엔 정말로 몰랐었네 ··· 내게 다시 세월을 돌려준다 하더라도 ··· 싫다고 말을 할 테야 ··· 알 수 없는 안갯빛 같은 젊음이라면 생각만 해도 힘드니까 나이 든 지금이 더 좋아 그것이 인생이란 비밀 그것이 인생이 준 고마운 선물’.
현시대를 살아가는 벗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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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향순의 승무(왼쪽), 윤명화의 진도북춤 |
이와 함께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며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문구처럼 “춤이 직업이자 즐거운 놀이여서 정말 감사하다”는 민살풀이춤의 이미영(국민대 교수), “예술은 자유롭지만 엄격해서 무대에 서는 사람은 작두를 타는 무녀의 발끝같이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 한다”는 승무 채향순(중앙대 교수), 생전 ‘마음이 고아야 춤이 곱다’는 스승의 말씀을 되새기며 줄곧 춤에 정진해온 이매방류 살풀이춤의 양선희(국립국악원 안무자), ‘어린아이도 내가 갖고 있지 않는 것을 갖고 있다면 나에게 선생이다’라는 최현 선생의 가르침을 통해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겠다는 비상의 원필녀(최현 우리춤원 고문), 까치걸음과 발디딤이 느린 장단으로 뭉글거리다 빠른 장단으로 몰아돌면서 제 흥을 깊은 곳으로부터 끌어올리는 멋스럽고 맛깔난 장고춤의 김효분(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담백하고 단아한 춤사위와 고고한 자태 절제된 품격이 돋보이는 살풀이 차수정(숙명여대 교수), 섬세하고 서정적인 한국 여인의 감성과 이미지를 표출하는 산조 윤미라(경희대 교수), 그리고 진도북춤의 윤명화, 교방무의 정혜진, 바라법고의 능화스님 등 12색 12명의 춤을 접해 볼 수 있다.
지천명 스승과 선배들의 뒤를 이을 30대 젊은 춤꾼들의 무대도 마련된다. 이제 막 자신들의 신념을 세운 ‘이립(而立)의 춤’(7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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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화스님의 바라법고 |
‘나이 50에 천명을 안다’는 ‘지천명’은 하늘의 뜻을 깨달아 그에 순응하거나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안다는 것이다. ‘이립’은 서른에 비로소 어떠한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서게 된다는 말이다. 공자의 ‘논어’ 위정편에 실려있다.
‘한국춤 100선 열두마당’은 하나의 주제 아래 열두 작품을 선보이는 우리나라 명무들의 갈라 공연으로 한국전통춤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공연 브랜드다. ‘100選(선)’이란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한국춤의 비전을 의미하고 ‘열두 마당’은 우리춤의 새로운 가능성을 뜻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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