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이 넘게 나온 병원비 문제만 아니었으면 미담으로 남았을 것이다. 나는 필시 이모가 동물병원에서 바가지를 쓴 것 같다고 핀잔을 줬다.
김라윤 경제부 기자 |
기자는 이런 현실에 화가 났다. 언젠가 친한 수의사에게 “동물의 삶마저 양극화되고 있다”, “돈 없으면 반려동물도 못 키우겠다”고 화풀이를 해댔다. 그 수의사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동물병원을 찾는 고객 대다수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자신의 병원비와 비교해 동물 진료비가 비싸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항변이었다. 그는 주인에게 심미적 만족을 주는 반려동물 미용 등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면서 반려동물 질병 예방에는 너무 인색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애완동물에게 제때 예방접종이나 정기검진을 해주지 않은 탓에 작은 병을 큰 병으로 키운 사례가 많다는 실태까지 들어가면서 말이다.
듣고 보니 그 말도 맞았다. 애묘인을 자처하는 기자도 반려동물을 키울 때 정기검진을 소홀히 하거나 질환에 대비한 치료 비용은 별도로 마련해 놓지 않고 있다. 키우는 고양이가 갑자기 큰 병에 걸려 목돈이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불안감은 있었지만 펫보험 가입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길고양이를 여러 마리 돌보고 있는 이웃 아주머니의 처지는 기자보다 더 딱하다.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잠잘 곳을 마련해주는 수준을 넘어선 봉사는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제 반려동물의 복지도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 반려동물 치료에 대해서도 병원별로 천차만별인 비용 표준화 작업이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펫보험이 활성화된다면 이런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그러면 반려동물의 질병예방을 위한 병원 방문도 활발해지고 부담스러운 수술비 등으로 속을 끓일 일도 줄어들 것이란 생각이 든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반려동물 상비약 정도는 편의점 같은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줬으면 좋겠다.
김라윤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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