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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5년간 1조8000억대 매출 올리고도 법인세 한 푼 안 내

입력 : 2017-03-03 03:00:00 수정 : 2017-03-03 08: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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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요타 세무조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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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요타자동차가 이전가격 등을 조작해 탈세 또는 조세회피한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입차 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일 전망이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FCA코리아 등도 같은 혐의로 거액을 추징당했거나 과세 불복 절차를 밟고 있다. 국세청은 글로벌 기업들의 이 같은 역외탈세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5년 법인세 납부 ‘0’


한국토요타는 렉서스와 도요타 두 개 브랜드로 한국 시장에서 연간 1만대 이상 판매하는 왕성한 영업에도 불구하고 최근 법인세 납부 실적이 거의 없다. 국세청도 이런 점에 의심을 품고 추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일 한국토요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1∼2015회계연도(2010년 4월∼2015년 3월)’의 법인세 부담액은 2013회계연도의 3억8000만원을 제외하면 ‘0’이다. 3억8000만원도 이전 세무조사에 따른 추징액이었다. 결국 최소 5년 동안 법인세를 한 푼도 안 냈다는 얘기다. 이 기간 한국토요타가 올린 매출은 1조8410억원에 이른다. 영업이익은 적자를 거듭하다 2015회계연도에 흑자반전했다. 한국토요타는 “누적 결손금을 활용했다”고 항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월결손금 공제 제도’를 활용했다는 뜻으로, 최장 10년 이내의 누적된 결손금을 지금의 이익과 상계해 공제해주는 제도다. 기업이 이익을 냈더라도 이전 10년간 적자를 봤다면, 이익에서 누적 적자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매기는 것이다. 적자가 이익보다 큰 기업이라면 법인세를 안 낼 수 있다. 종전 5년이던 이 기준은 이명박정부에서 10년으로 확대됐다. 한국토요타는 2016년 3월 현재 약 200억원의 결손금이 쌓여 있다. 결손금에는 기간을 경과하는 등 법인세 공제에 활용할 수 없는 금액도 있다. 2016회계연도에 납부한 법인세(41억8000만원)는 이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세청은 애초에 한국토요타가 부정한 방법으로 법인세를 회피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관련 혐의도 상당수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외탈세의 한 유형인 ‘이전가격 조작’이 대표적이다. 일본 본사와 한국 법인 간 상품과 용역을 거래하면서 가격을 부풀리는 등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 법인의 이익을 줄여 법인세를 피하고 본사로 가는 차익분은 늘어난다. 탈세(Evasion)는 위법하게 소득을 신고하지 않거나 축소 신고한 경우로 벌금, 실형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이에 비해 조세회피(Avoidance)는 법 취지, 정신 등을 위배한 경우로 세금만 추징한다.

◆국세청, 수입차업계 정조준


국세청의 의지는 센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세무조사는 사전통지가 없었다는 점에서 정기세무조사가 아닌 특별세무조사로 관측되며, 조사 기간도 작년 11월부터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2015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조사 땐 2개월이 걸렸다. 국세청은 벤츠를 조사해 501억원이란 기록적인 세액을 부과했던 인력을 이번 조사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세액이 벤츠를 웃돌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5년마다 실시하는 정기세무조사”라고 해명했다.

한국토요타는 자칫 한국 진출 17년 만에 ‘탈세 기업’이란 오명을 안을 처지에 놓였다. 요시다 아키히사 한국토요타 대표(2014년 부임)에 대한 형사고발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세정당국 관계자는 “국제거래조사국에서 형사처벌까지 가는 사례는 많지 않다”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국세청의 중수부 격인) 서울청 조사4국으로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최근 수입차 업계의 역외탈세 혐의를 정조준하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추징액이 과도하다’며 국세청에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다가 기각된 뒤 조세심판원 판단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피아트·크라이슬러·지프 등을 수입하는 FCA코리아 역시 같은 시기에 세무조사를 받고 27억원을 납부했다. 이들 역시 본사에서 들여오는 차량 가격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역외탈세는 국제적으로도 뜨거운 이슈다. ‘BEPS’(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로 불리며, 기존 국제조세제도의 허점이나 국가 간 세법 차이 등을 이용해 글로벌 세 부담을 줄이는 조세회피 전략을 통칭한다. 이 중 이전가격 조작은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역외탈세 추징 건수는 2011년 156건(9637억원)에서 2015년 223건(1조2861억원)으로 계속 늘고 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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