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이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독극물 공격을 받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도 공개됐다. 영상에서 암살을 실행한 여성 용의자 2명과 김정남 간 물리적 접촉에 불과 2.33초가 걸린 사실이 확인됐다. 주범으로 지목된 북한 국적 남성 용의자 4명은 범행 후 한꺼번에 출국해 비행기를 3차례나 갈아타는 ‘도주 경로 세탁’을 하면서 3박4일간 1만6000㎞ 이상을 날아 평양으로 갔다고 한다. 사전에 치밀하게 짜인 각본에 따라 범행이 이뤄졌다는 방증이다.
북한은 더 이상 사건 진상 은폐나 발뺌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히고 진상 규명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먼저 용의자들을 말레이시아로 송환해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게 해야 한다. 북한 국적 용의자가 사건에 연루된 만큼 수사에 협조하는 게 국제법상 관례다. 스스로 떳떳하다면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을 북한 정권의 테러 행위로 못박았다. 황 권한대행은 “정권 유지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북한 정권의 무모함과 잔학성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에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 제기 등을 통해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강화하기 위한 고삐를 죄야 한다. 북한의 추가 테러에 대비해 국내 탈북인사와 재외 국민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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