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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선호’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사실 대표팀은 2014년 백 감독이 합류하기 전까지 숙적 일본을 34년 동안 한 번도 꺾지 못할 정도로 약체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최근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에서 세계 랭킹 13위의 덴마크를 사상 처음으로 꺾었고 일본을 상대로도 국제대회 2연승을 거두는 등 체질 개선에 완벽히 성공했다. 백 감독이 보여준 ‘마법’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세계일보가 16일 단독 입수한 파워포인트(ppt) 20~30쪽 분량의 훈련 프로그램에 따르면 선수들은 공·수에 걸친 기본기와 체력향상 훈련을 통해 단기간에 기량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치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이 화려한 전술보다는 기본훈련에 집중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특히 백 감독은 자신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 시절 경험을 고스란히 담은 작전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실전 활용도를 높였다.
백지선 감독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경험을 살려 2015년 네덜란드 세계선수권에 대비해 만든 훈련 노트. 선수 일시 퇴장으로 수적 열세일 때 효과적으로 수비하는 작전 시뮬레이션이 담겨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
실제로 대표팀은 2015년 4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디비전 1그룹 B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탔는데 백 감독의 훈련 프로그램이 주효했다. 당시 대표팀은 스피드를 활용한 빠른 공격 전환과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유럽의 강호들을 상대로 4승1패(승점 12)를 거뒀다. 그간 다져온 기본기와 더불어 백 감독의 숱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연습한 협력 플레이가 빛을 발한 것이다.
삿포로 동계안시안게임을 앞둔 국가대표 아이스하키팀선수들이 15일 고양시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중립지역에선 빠르게 주도권을 쥔 뒤 공격 태세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스틱 포지션 싸움이 중요하다. 스틱 포지션이란 상대가 퍽을 소유하고 있을 때 스틱 위치를 의도적으로 퍽 방향에 놓는 것을 말한다. 스틱 포지션은 상대의 공격을 사전에 대비하면서도 퍽을 잡았을 때 빠른 역습으로 공격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공격지역에선 퍽을 최대한 여유 있게 다루면서 문전 혼전 상황을 틈타 확실한 골 찬스를 노리는 것이 포인트다.
백지선 아이스하키 남자 대표팀 감독이 15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고양=서상배 선임기자 |
송홍선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위원은 “백 감독이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팀에 적합한 전술을 만들었다. 특정 팀을 상대하는 전략이 아니라 응용도가 높은 기본기를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다”고 분석했다.
최근 골리(골키퍼) 맷 달튼(31·안양 한라)이 합류하면서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에 청신호를 켠 한국(세계랭킹 23위)은 오는 22일 오후 3시30분 카자흐스탄(16위)과 첫 경기를 치른다. 24일 오후 7시에는 일본(21위)과 맞붙고 26일 오전 9시에는 약체 중국(37위)을 상대한다.
고양=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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