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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꿀러' 20대 소비자들의 4가지 취향

입력 : 2017-02-10 08:00:00 수정 : 2017-02-10 07: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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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층 사이에서 가끔은 다른 연령층이 이해할 수 없는 화제가 불거져 소비로 이어지곤 한다. 100명 중 99명이 고개를 가로젓고, '나만 만족하다'고 느껴도 '괜찮은' 소비로 보고 주저 없이 지갑을 여는 게 이들의 행태다.
 
20대는 이 달콤한 꿀 같은 소비를 위해 직접 나서기도 한다. 이처럼 여느 연령대보다 능동적인 소비를 즐기기 때문에 이른바 ‘겟꿀러'로 불린다. 이는 '겟(Get)+꿀(만족의 뜻)+~er’로 나눌 수 있는 신조어인데, 실제 20대 소비자가 찾는 '꿀' 4가지를 알아봤다.

◆인증을 부르는 꿀 =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20대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이런 욕망을 충족시킬 최적의 장치이다. 20대는 본인만의 꿀을 SNS에 '인증'함으로써 자신을 알린다. 통상적으로 20대가 인증하고 싶어하는 꿀은 유행을 앞서가거나 귀여워야 한다. 이른바 '힙하다'(hip+~하다)에 부합해야 하는데, '최신 유행이나 세상 물정에 밝아 통달하다'는 뜻을 갖는다. '트렌디하다'는 말을 듣는 20대는 훈장을 탄 것처럼 우쭐댄다. 이를 통해 누구보다 '빠르다'는 걸 인증한다.

지난 여름 SPC그룹의 수입으로 한국에 상륙한 미국의 ‘쉐이크쉑 버거’가 대표적인 사례다. 불볕더위에도 매장 앞은 버거를 먹기 위해 2~3시간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20대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추운 요즘도 긴 줄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국내에 수제 버거 가게가 많이 생겨났지만, 미국의 유명 버거 브랜드라는 점과 한국에 매장이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이 트렌디하게 다가온 것이다. 늘 거기서 거기인 구매활동에 지루함을 느끼던 20대에게 누구보다 빠르게 인증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한 자극이 된 셈이다.

20대는 이런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장소에 갔을 때 자신이 특별하고 가치 있어 보인다고 느낀다. 겟꿀러들이 감성적인 공간을 인증하는 이유이다.

서울 을지로 3가 공구상가 쪽에는 ‘신도시’라는 펍(Pub)이 있다. 천장에는 네온사인 간판이 붙어 있고, 몽환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을지로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분위기에 늘 힙스터(hipster)들로 붐빈다. 실내는 물론이고 화장실과 옥상까지 모든 공간에서 20대들이 인증하기 바쁘다.

귀여움도 20대의 주요한 인증 대상이다. 각종 캐릭터는 이제 소수 '덕후'(광· 狂)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20대가 향유하는 문화에 가깝다. 어차피 살 제품이면, 귀엽고 소장가치가 높은 걸 선택하는 게 20대의 소비 문화다. 또 이를 SNS에 인증하면서 친구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취향을 공유한다. 

이에 영화관들은 캐릭터 팝콘 통을 내놓기 시작했다. 롯데시네마의 ‘스티키몬스터’와 CGV의 ‘라인프렌즈’, 메가박스의 ‘미키마우스’까지 20대 덕후의 마음을 앗아간 캐릭터들이다. 어차피 영화를 볼 때 팝콘을 먹을 거라면, 귀여운 통도 받을 수 있는 영화관을 선택하는 20대의 소비 성향을 노린 꿀들이다.

20대는 이런 아이템을 누구보다 빨리 찾기 위해 노력하고 인증하려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현재의 만족에서 나아가 인생 전반의 변화를 가져오는 꿀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인생을 바꾸는 꿀 =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올해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 이 역시 겟꿀러들이 꿀을 찾는 목적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세대나 신분, 역할에 따라 주어진 전형적인 행동양식을 포기할 수 있는 꿀을 찾아 나서는 게 욜로다.

어렵게 일군 일상을 내려 놓고, 꿈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20대가 욜로 소비를 대표한다. 실제로 동경해 마지않던 세계 일주에 직접 뛰어드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대학교 3학년 때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세계 일주를 떠난 김물길 작가(사진)도 그렇다. 그는 평생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 장래를 위해 중요한 시기임에도 휴학을 결심했다. 악착같이 여행 경비를 모았고, 22개월 동안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일주를 했다.

여행하면서 그린 그림과 매일 쓴 일기로 '아트로드'라는 책을 출간했다. 세계 일주 덕분에 지금은 개인 전시회나 강연 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안정된 일상을 포기해야 하지만, 욜로족은 새로운 삶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멋진 꿀을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나선다.

◆꿀 찾기를 돕는 꿀 = 겟꿀러들은 꿀 찾기를 도와줄 꿀 같은 서비스도 열심히 찾아다닌다. 20대가 빠르고, 명확하고, 보다 쉽게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서비스에 열광하는 이유이다. 일례로 1분 1초가 아쉬운 20대를 위한 생활밀착형 노동 대행 서비스가 성행 중이다.

‘배달의 민족’과 ‘카카오 택시’ 등 이미 친숙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일상 영역까지 진출한 것은 20대의 꿀 찾기를 돕는 꿀로 각광받아서다. 20대는 '우아한 형제들'의 ‘배민라이더스’를 이용해 유명 맛집의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홈스토리 생활의 ‘대리주부’로 자취방의 청소와 빨래를 맡긴다. 육체 노동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할 때 20대는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합리적인 소비라고 여긴다.

시간이나 노동력을 사는 서비스는 어찌 보면 다른 세대에게는 사치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20대는 본인이 추구하는 삶의 우선순위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이용한다.

◆내가 직접 만드는 꿀 = 꿀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겟꿀러들은 단 1%의 만족감이라도 놓치기 싫어한다. 그래서 꿀을 직접 만드는 단계에 입문한다. 수제(手製)를 즐기는 20대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실제로 최근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장치인 ‘홈브루잉’ 키트가 인기다. 판매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을 수 있고, 원하는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홈브루잉이 젊은이를 사로잡은 매력이다. 덕분에 어설피 체험해보는 수준의 도구가 아니라 전문적으로 진화한 수준 높은 수제 도구들이 잇달아 시판되고 있다.

수제를 추구에서 조금 더 진화하면 ‘셀프 브랜딩'(Self-Branding)으로 넘어간다. SNS라는 홍보 채널을 기반으로 자신이 직접 만든 상품이나 지원해줄 수 있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으로, 자기 만족에서 나아가 경제적인 이득까지 창출해낸다.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레이닝계의 '전설'로 불리는 김주원(25·여)씨는 팔로워 26만명을 돌파한 인기를 몰아 '주원홈트'라는 다이어트 책까지 출간했다. 김씨와 같이 이른바 '혼셀러'(혼자+Seller)라고 불리는 이들의 콘텐츠는 일반인이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점과 실생활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 스스로 찾아보고 알아낸 차별화된 정보라는 점 등이 부각돼 20대의 니즈(욕구)를 충족시켰다.

20대는 개인과 개성을 대표하는 세대다. 소비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고 만족이라는 꿀을 얻을 수 있다면 돈과 시간, 노동력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소비한다.
 
20대 겟꿀러의 보다 다양한 소비 사례와 올해 모습을 예측한 자료는 도서 '2017 20대 트렌드 리포트'나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홈페이지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 세대 평균보다 2배 가까이 트렌드 민감도가 높다는 20대가 반응을 보이는 아이템은 몇 개월 후 세대를 관통하는 메가트렌드(Megatrends)로 확대되곤 한다. 20대 소비자의 작은 날갯짓을 따라가 보면 올해 소비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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