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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
이러한 트랜드 변화의 유탄을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맞았다. 4일 박병호(31·미네소타 트윈스)가 팀 프런트로부터 지명할당(DFA) 통보를 받은 것. 오른손 불펜 투수 맷 벨라일(37)을 영입하면서 40인 로스터에서 선수 한 명을 제외해야 하는 상황에서 팀은 박병호를 희생양으로 택했다.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가 끝난 직후 미네소타 트윈스는 테리 라이언 단장을 해임하고 새로운 프런트를 맞아들였다. 이후 시즌 후 동안 미네소타의 1루·지명타자 보강에 대한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뛰어난 리더십으로 명성이 높은 마이크 나폴리의 영입, 한때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저스틴 모노의 복귀 등 다양한 옵션이 거론됐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조 마우어(34)에 박병호-케니스 바르가스(27) 등으로 구성된 지난해 1루·지명타자 자리에서 대대적인 수술을 가하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문제는 지명할당 이후의 박병호에 대한 전망 역시 어둡다는 점이다. 앞으로 박병호는 나머지 29개 메이저리그 구단의 영입 신청을 기다려 희망하는 구단이 있을 경우 팀을 옮길 수 있다. 박병호를 영입하는 구단은 보장 계약이 3년, 남은 연봉이 875만 달러(약 100억원)를 미네소타로부터 고스란히 인수해야 한다. 오른손 파워히터 추가가 필요한 탬파베이 레이스 등이 새 소속팀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박병호의 나이와 남은 연봉 등을 감안해볼 때 스몰마켓인 탬파베이가 선뜻 영입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미네소타도 이런 시장상황 속에서 박병호를 영입하려는 팀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40인 로스터 자리 마련에 박병호를 희생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영입의사를 가진 팀이 없을 경우 박병호의 계약은 미네소타 산하 마이너리그팀으로 이관된다. 시장의 흐름으로 볼 때 박병호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지난해 박병호의 낮은 타율 문제가 단순히 리그 적응의 문제였을 뿐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삼진을 줄이는 것이 숙제다. 박병호는 지난해 삼진율 32.8%를 기록했다. 4월 30.1%에서 5월 32.6%, 6월 35.5%로 삼진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스몰볼 트랜드 하에서 ‘인플레이(IN-Play)’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삼진은 가장 기피되는 플레이 중 하나다. 이는 스몰볼팀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출신인 데릭 팔비 사장 체제의 미네소타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이미 박병호는 이런 흐름을 인지하고 올 겨울 타격폼 수정에 주력해왔다. 그는 지난 2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인터뷰에서 “타이밍을 빨리 잡을 수 있게 타격폼을 간결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힌바 있다. 파워를 약간 희생하더라도 가능한 많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스프링트레이닝을 코앞에 둔 지금 시점까지도 베테랑 1루수·지명타자의 영입은 이루어 지 않았다. 미네소타의 1루는 기존의 마우어-바르가스에 올해 3루에서 주로 뛰게 될 주포 미구엘 사노(24)가 간간이 자리를 채우는 방식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많다. 바르가스 역시 타격의 정확성 문제를 동일하게 안고 있고, 마우어의 경우 나이와 부상경력 등을 감안해볼 때 박병호가 마이너리그에서 그동안 자신에게 부여됐던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있다면 아직은 또 한번의 기회를 기대해볼 수 있는 구도다. 박병호는 미국으로 떠나며 “자신의 입지가 불안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죽기살기로 해 주전을 차지하겠다”는 강한 결의를 보여주었다. 오랜 무명생활을 떨치고 KBO 최고의 홈런타자로 만개했던 박병호의 또 한번의 각성을 기대해볼 때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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