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비고 만두’가 출시된 2013년만해도 냉동만두는 만들기 귀찮아 사먹는 값싼 인스턴트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됐다. 1980~1990년대에 출시된 제품이 매출 1위와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식품업체의 만두 제품들은 맛이나 품질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CJ제일제당은 냉동만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차별화된 맛과 품질의 제품 개발에 주력하며 ‘비비고 만두’를 선보였다. 글로벌 전략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3년 동안 마케팅 비용만 500억원 넘게 투자했다.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의 외형과 식감 등을 차별화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맛과 품질을 구현하는 제조역량을 확보하는 데에도 3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그 결과 ‘비비고 만두’는 출시 3년 만인 지난해 연매출 1600억원을 달성, 시장점유율 1위(40% 이상)를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홈술’·‘야식’ 등 식문화와 연계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신규 수요 창출 및 시장 확대에 주력, 가격은 비싸지만 맛있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를 형성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은 미국 만두시장에서 ‘비비고 만두’로 시장점유율 11.3%,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한국식 만두’의 특징인 얇고 쫄깃한 피에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재료로 만두소를 만드는 등 현지화 제품 개발에 주력한 결과다. 특히 만두는 ‘육류와 채소 등의 재료를 밀가루로 만든 외피로 싸먹는 음식’으로 전세계 보편적인 식문화라 ‘비비고 만두’는 ‘익숙한 형태의 새로운 맛’을 가진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비비고 만두' 美 1등 비결은?
‘비비고 만두’가 미국 시장에서 1등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공격적인 투자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크게 작용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현지에서 ‘비비고 만두’를 생산하기 위해 지난 3년간 총 554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플러턴 공장과 뉴욕 브루클린 공장을 가동하며 연간 만톤의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제품을 개발한 것도 주효했다. ‘비비고 만두’는 만두피가 두꺼운 중국식 만두와 달리 만두피가 얇고 채소가 많은 만두소를 강조하며 ‘건강식(Healthy Food)’으로 차별화 시켰다. 한입 크기의 작은 사이즈로 편의성을 극대화했고, 닭고기를 선호하는 현지 식성을 반영해 ‘치킨 만두’를 개발했다. 특유의 향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호불호(好不好)'가 엇갈리는 고수를 재료로 사용했다.
중국에서는 2012년부터 광동성 공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출시 초반에는 비싼 가격과 낯선 브랜드 등으로 소비자 공략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주력제품인 ‘비비고 왕교자’를 생산하며 매출 70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230억원의 성과를 거두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만두피부터 만두소까지 신선하면서도 맛있고, 다양한 조리가 가능한 ‘한국식 만두’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렸다. ‘비비고 옥수수 왕교자’·‘비비고 배추 왕교자’를 출시하는 등 중국 현지화에 힘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기본에 충실하자’는 신념 하에 ‘비비고 왕교자’를 만들었다. 소비자들이 일반 만두 제품에서 느끼는 불만 중 하나는 씹히는 느낌이 덜하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직접 만두를 빚을 때에는 만두소를 칼로 일일이 다져서 만들지만, 냉동만두는 야채나 돼지고기 등 모든 재료를 갈아서 넣다 보니 맛 차이가 확연히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돈육을 갈다 보니 조직감이 사라지면서 돼지고기 특유의 느끼한 냄새가 나는 경우도 많았다는 평가였다.
◆기존 만두 제조공정 과감하게 포기…6개월 동안 내부 맛 테스트
이에 CJ제일제당은 ‘담백하면서도 물리지 않는 만두’, ‘집에서 만든 만두처럼 씹는 느낌이 풍부한 만두’를 만들자는 방향성을 정했다. ‘느끼하면 안 된다’, ‘돈취(豚臭)가 있으면 안 된다’ 등 까다로운 내부 맛 테스트를 통과하는 시간만도 6개월 이상 걸렸다. 전국의 맛집은 다 돌아다니며 벤치마킹할 수 있는 만두는 다 먹어봤다. 결과적으로 기존 만두 제조공정을 과감히 포기했다.

고기와 야채를 갈아서 만두소를 만들던 관행을 버리고, 칼로 써는 공정을 새롭게 도입했다. 돼지고기를 손상시키지 않고 보존하면서 원물 그대로의 조직감과 육즙을 살려 씹었을 때 입안에서 가득 차는 풍부한 식감을 구현했다. 풍부한 원물감의 만두소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교자만두보다 크기를 훨씬 확대한 ‘왕교자’ 타입을 제형(劑形)했다. (1개당) 약 13g에 불과했던 기존 교자만두 대신 ‘비비고 왕교자’는 35g으로 탄생했다.
또 납작한 일본식 교자만두 형태가 아니라 삼면의 각이 살아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미만두’(바다의 해삼 모양으로 만든 만두) 형태로 제형 해 크기를 늘리면서도 씹을 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했다. 물결 치듯 아름다운 만두피 주름으로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하던 음식인 미만두의 고급스러움을 재현했다. 3000번 이상 반죽을 치대고 수분 동안의 진공반죽을 통해 쫄깃한 식감과 촉촉함을 살린 것도 특징이다.
비비고 왕교자 제조공정은 크게 전처리와 가공, 포장으로 구분된다.
전처리 공정에서는 원부재료의 이물 선별, 야채 절단, 고기 세절 후 양념을 넣고 혼합한다. △부추·대파·양배추 등 야채에 있을 수 있는 이물 검출을 위해 광학을 이용한 선별작업인 야채 선별 △돼지고기를 주로 사용하며 돼지 털·뼈 등이 들어가지 않도록 광학을 이용한 선별작업인 고기 선별 △육을 먹기 알맞게 잘라 원물감을 최대한 유지하는 고기 세절 △선별 및 세절된 원료에 양념을 넣어 골고루 섞어 맛과 풍미를 좋게 하고, 제품별 작업 표준에 준하여 투입순서 및 원료별 투입량을 준수하여 혼합하는 믹싱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어 가공공정에서는 양념을 한 만두소와 밀가루에 염수를 넣어 만든 만두피를 성형기에 넣고 만두의 모양을 성형한 후 99도에서 약 5분간 증숙하고, 영하 40도에서 18분 동안 급속 동결한다. △성형기 틀을 이용해 만두피를 만들고 그 안에 만두소를 넣어 만두 모양 성형 △성형 불량이나 만두소가 겉면에 뭍은 것 등을 골라내는 작업인 1차 선별 △성형된 만두를 스팀을 이용해 연속으로 쪄내는 공정인 증숙 △영하 40도의 급속동결기에서 빠른 시간에 제품을 연속으로 동결하는 공정 등의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마무리 단계인 포장 공정에서는 동결된 제품에 대해 1차 금속 검출을 실시하고, 각 제품의 특성에 맞게 포장한 후 2차 금속검출기를 통해 재검사를 하며, 포장된 완제품은 분석실 품질검사 통과 후 최종 출고한다.
인천=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