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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해치는 멧돼지 더는 못봐줘"…지자체 소탕작전

입력 : 2017-01-05 15:52:45 수정 : 2017-01-05 15: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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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전북 정읍시 산정동 변두리를 산책하던 이모(55)씨 부부는 먼 발치서 달려오는 시커먼 동물 무리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송아지만한 멧돼지 4마리가 자신들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부부는 있을 힘을 다해 인근 건물로 몸을 피했지만,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절로 오금이 저리다.

지난해 10월 전북 임실의 과수원에서 일하던 40대 남성은 더 끔찍한 경험을 했다. 다짜고짜 달려드는 멧돼지에 맞서 농기구를 휘두르면서 한참동안 사투를 벌였기 때문이다. 차량 안에 몸을 숨긴 그는 가까스로 화를 면했지만, 옷가지가 찢기고 몸 구석구석에 상처를 입은 뒤였다. 그를 공격한 멧돼지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사살됐다.

겨울철 먹잇감을 찾아 나선 멧돼지의 도심이나 주택가 출몰이 빈발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농작물을 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에 대한 공격까지 서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지자체들은 '맹수'가 된 멧돼지를 더는 놔둘 수 없다며 대대적인 포획을 선언하고 나섰다.

강원도 삼척시는 새해 베테랑 엽사 59명을 동원해 멧돼지 집중 포획을 시작했다. 이 지역에서는 2015년과 지난해 주민 2명이 멧돼지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2건의 사고 모두 겨울철 발생했고, 장소도 산림유적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수렵이 제한된 가곡면이다. 삼척시가 멧돼지를 표적으로 정해 포획작전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2015년 전국 야생동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강원도 내 멧돼지 서식밀도는 100㏊당 5.4마리로 전국 평균(5마리)을 웃돈다.
시 관계자는 "삼척시민들이 느끼는 멧돼지 밀도는 이보다 훨씬 높다"며 "맹수도 등장한 멧돼지를 선제적으로 솎아내 인명사고를 막고 시민들의 불안감도 해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북 옥천군도 최근 12명의 엽사로 멧돼지 기동포획단을 꾸렸다. 주택가를 어슬렁거리면서 시민을 공포로 몰아넣는 멧돼지를 포획하기 위한 일종의 '특공대'다.

이곳에서도 지난해 1월 20대 여성이 대문 앞 골목에 나타난 멧돼지 떼를 피하려다가 넘어지면서 팔 등에 찰과상을 입는 일이 발행했다. 과수원이나 묘지 등을 파 일군다는 신고는 매달 여러 건씩 접수된다.

옥천군은 멧돼지 횡포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11월 20일 순환수렵장을 개설해 600여명 엽사를 끌어들였지만,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번지면서 한 달 만에 중단했다.

국립생활자원관이 조사한 이 지역 멧돼지 밀도는 100㏊당 5.5마리다. 군은 농사철인 지난해 5∼11월 유해조수 자율구제단을 운영해 275마리의 멧돼지를 포획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순환수렵장이 예정대로 운영되면 400마리 이상의 멧돼지를 솎아낼 전망이었는데, 조기 폐장되면서 4분의 1수준에 그쳤다"며 "이대로 놔두면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어 번식기인 봄이 되기 전 멧돼지를 집중 포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도 해마다 불어나는 멧돼지를 솎아내기 위해 17개 시·군에 야생동물 포획 포상금을 지급했다. 도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야생동물로 인한 인명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에 가입했다. 그 결과 지난해 171명이 1억837만원을 보상받았고, 이 중 14명이 멧돼지 피해다.
서울이라고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2011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접수된 멧돼지 출몰신고가 1천331건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월평균 18.5건으로 이틀에 한 번 이상 멧돼지가 서울 도심에 출몰했다는 얘기다.

출몰횟수도 2011년 43건, 2012년 56건, 2013년 135건, 2014년 185건, 2015년 364건, 지난해 548건 등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멧돼지는 겁이 많은 동물이지만, 공격성이 있는 만큼 등을 모이지 말고 뒷걸음질 쳐 시야에서 벗어나야 한다" "멧돼지에게 접근하거나 위협하는 행위, 손을 흔들어 주의를 끄는 행동 등은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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