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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리포트] 정이 사라지는 사회… 새해엔 마음의 부자 되자

입력 : 2016-12-29 21:14:47 수정 : 2016-12-29 21: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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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마지막 주를 강릉에서 보냈다. 나라 안은 온통 어수선한 분위기인데 여기 산과 들은 평온 그 자체였다. 사람들은 가족 또는 연인끼리 바닷가에서 주말의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바닷바람이 세차도 강릉 경포대 모래사장을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혼자여서 왠지 서글퍼지려는데 탁 트인 겨울바다가 이내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다가올 새해 각오를 다진다. 주말을 보내고 다음 날 새벽 동이 틀 즈음 짐을 챙겨 내가 묵었던 연구소에서 나왔다. 이 해가 가기 전 끝내려고 했던 일들이 본의 아니게 미뤄져 내내 꺼림칙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한 학기 더 노력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새해라는 이름으로 더 값지게 다가올 것을 믿으며 운전대를 잡았다.

강릉 사임당로를 지나다가 너무 참혹한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차를 갓길에 세우고 로드킬 당한 야생동물을 위해 기도했다. 동지가 지나면 우리 세시풍습에서는 서로 나누고, 용서하고, 새해 소망을 담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던 때가 그리 멀지 않은 때였는데 어느새 우리 일상은 스마트폰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24시간 가동되는 현장에 파묻혀 사람들은 점점 혼자가 되어가고 있다.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길을 걷고, TV를 보며 살아가고 있다. 가족의 깊은 사랑과 이웃 간의 소중한 정을 느끼지 못하고 사랑과 정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생활에 젖어가는 것이 아쉽다.

우리 조상은 배고픔을 이기려고 허기진 배를 안고 종일 일만 하며 살았다. 그 결과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허기진 삶을 살고 있다. 메마른 이기심이 판치고, 권력남용이 힘없는 자들에게 아픔을 주고, 혼자가 된 삶은 사랑과 정에 주려 애완용 개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새해에는 우리 마음을 살찌울 수 있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자연과 더불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여유 있는 삶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름 모를 야생동물이 참혹하게 사라지는 일들도 없을 것이다.

송현숙 리포터 heains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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