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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굴레 못 벗어난 재계 "최고 권력 요청 거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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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6 18:39:34 수정 : 2016-12-06 22: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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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출연 강요냐 뇌물이냐 추궁에 “청와대의 지시·강압… 피해자 처지 / 기업 입장에선 정부 정책 따라야” / 뇌물수수죄 정황 하나같이 부인 / “비선 방치… 상법상 임무해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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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그룹 총수들이 6일 정경유착 혐의로 또다시 국회 청문회에 불려나왔다. 1988년 ‘제5공화국 일해재단 청문회’ 이후 28년 만이다. 국내 재계가 여전히 정경유착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물 마시고… 항변하고…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물을 마시거나 적극적으로 항변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위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제원·이제문 기자
고심하고… 침묵하고… 6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 대기업 총수들이 출석해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부정청탁 의혹을 부인했다. 위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이제원·이재문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문이 열린 건 최씨가 쥐락펴락한 미르·K스포츠재단 실체가 드러나면서다. 박 대통령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은 재벌 총수들을 독대해 두 재단 출연을 독려하거나 최씨 관련 청탁을 했고 재벌들은 반대급부로 민원을 담은 봉투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경유착이자 뇌물수수 정황에 대해 청문회에 참석한 재벌 총수들은 모두 대가성을 부인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은)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다른 회장들도 “기꺼이 했다(한화 김승연 회장)” “대가를 바란 건 아니다. 모두 하니 저희도 했다(CJ 손경식 회장)” “청와대 요청으로 다른 기업들이 하면 우리도 같이하자고 했다(한진 조양호 회장)”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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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참석한 9인의 총수 중 최연장자(79세)인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도 재단 출연 배경에 대해 미리 준비한 답변지를 참조하며 “크리스마스 성금 등 그런 기금을 원래 자주 낸다”고 답했다. 또 정 회장을 수행한 최찬묵 변호인은 2014년 12월 청와대 안가에서 정 회장과 박 대통령이 만난 자리에서 최씨 지인 소유인 KD코퍼레이션 납품 청탁이 있었는지에 대해 “박 대통령이 임석한 자리에서 면담 말미에 안 전 수석이 KD코퍼레이션 이야기를 잠깐 했다고 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재벌 총수들은 재단 출연의 대가성은 부인하되 강압성은 시인했다. 금력으로 ‘만인지상’ 신분을 누렸지만 최고권력의 강압에는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는 처지였다며 피해자임을 강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출석한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청와대 (출연) 요청을 기업이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이 부회장도 “그 당시에 그런 청와대의 지시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혜 의혹이 없어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인 LG 구본무 회장도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룹 총수들은 최씨가 실세인지 언제 알았는지나 비선 실세 부당 지원 결정 과정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로 일관했다.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참고인으로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는 “경영 위험 요인을 통제하는 게 그룹 총수로서 중요한 일인데 이 같은 상황을 몰랐다는 건 내부 통제장치를 구축 안 했거나 통제에서 벗어난 비선 조직 작동을 방치한 것”이라며 “형사적으로 어떤 결론이 날지 몰라도 ‘몰랐다’식의 답변은 향후 주주소송 대상이 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상법상의 ‘임무해태’”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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