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소나무재선충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첫 발견된 후 급격히 퍼졌다. 소나무재선충은 2015년 기준으로 7312억원의 방제비를 투입했는데도 박멸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도 98개 시군구에서 소나무재선충 피해고사목이 137만그루에 달한다. 소나무재선충은 크기 1㎜ 내외의 실 같은 선충으로 매개충(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의 몸 안에 서식하다가 새순을 갉아먹을 때 상처 부위를 통해 나무에 침입한다. 침입한 재선충은 빠르게 증식하여 수분과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아 나무를 죽게 하는 병으로 치료약이 없어 감염되면 100% 말라죽는다. 원래 1905년 일본에서 최초로 발생한 소나무재선충은 1934년 미국, 1982년 중국, 1985년 대만과 캐나다, 1993년 멕시코, 1999년 포르투갈, 2009년 스페인 등지로 확산 중이다. 국제교역량 증가와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외래식물병해충이 국내에 꾸준히 유입되면서 과수와 산림 등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러나 식물검역인력은 충원되지 않아 1명당 연간 처리 수출입식물 검역건수가 1만건에 육박할 정도다. 식물검역 예산도 정체 상태다. 정부는 식물검역을 ‘생물안보’로 설정해 총력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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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관들이 땅에 심을 재식(栽植)용 식물에 외래병해충이 있는지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국립축산검역본부 제공 |
6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1900년대 이래 87종(병 40종, 해충 47종)의 외래병해충이 국내에 유입됐다. 이 중 37%인 32종(병 18종, 해충 14종)이 2000년 이후 들어왔다. 검역과정에서 발견된 병해충의 종과 검출건수도 2000년 353종, 6233건에서 지난해 693종, 1만2079건으로 증가했다. 검역본부는 농산물 수입물량과 해외여행객 수가 증가한 데다 기후온난화 현상이 지속돼 외래병해충 유입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수화상병의 경우 지난해 경기 안성에서 첫 발생했다. 올해까지 사과·배 등 97개 농가 77.8㏊의 과수원이 폐원돼 113억원의 손실보상금이 지급됐다. 과수화상병은 사과, 배, 비파 등 식물의 잎,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마치 불에 타서 화상을 입은 것처럼 조직이 검게 마르고 병에 걸리면 치료방법이 없어 병든 나무를 제거해야 한다. 검역당국은 과수화상병이 2018년까지 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한국산 사과 등의 수입을 금지하고 대만은 무감염증명을 조건으로 수입을 허용하는 등 수출에도 타격이 나타나고 있다.

수출입식물 검역건수는 2000년 30만6000건에서 지난해 424만9000건으로 무려 1289%나 늘었다. 식물 검역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다가 2013년 한·중 국제여객선을 이용하는 보따리 무역상의 휴대수입건수가 급감하면서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다시 증가추세다. 반면에 검역인력은 이 기간 395명에서 432명으로 고작 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검역인력 1명이 처리한 검역건수는 2000년 775건에서 지난해는 무려 9836건으로 13배 가까이 뛰었다.

식물검역 예산은 2009년 80억7700만원에서 2013년 119억9500만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2014년 106억5000만원, 지난해 103억2300만원으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올해는 114억300만원으로 다시 늘었지만 2013년보다 적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기존 국경 중심의 검역에서 수입 전 위험 경감, 국경검역의 효율화, 유입 후 관리강화 등을 포함하는 ‘생물안보’ 개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먼저 개별 병해충 중심의 위험평가에서 종합 위험분석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품목별·경로별·국가별 위험도를 재평가하고, 조기대응에 필요한 기관 간 정보공유체계 마련, 국내 병해충 DB 구축 등을 추진한다.
고위험품목인 재식용식물(묘목류 등)은 수입 전 상대국에서 병해충 위험성 경감 방안을 마련 후 수입허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권역별 예찰방제센터(전국 6개소)를 설치하고 민·관·학이 참여하는 전국 외래병해충 예찰 네트워크를 짜기로 했다. 외래병해충 진단기법과 예찰·방제 등 분야별 식물검역기술개발 로드맵을 마련하고 체계적인 기술개발도 할 방침이다.
지난달 17일 식물방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식물검역 분야별 기능강화 대책 추진에 탄력을 얻었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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