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산포항에서 뱃길로 15분 거리에 있는 섬 속의 섬 우도. 제주에 사는 정희씨는 종종 우도행 여객선에 오른다. 우도에 있는 무인 민박을 청소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그 섬에 사는 특별한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정희씨가 ‘우도엄마’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7일 KBS1 ‘사람과 사람들’은 시어머니와 남다른 인연을 이어가는 안정희씨의 사연을 전한다. KBS 제공 |
2년 전까지만 해도 정희씨에게 우도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조차 힘든 섬이었다. 부산 출신인 정희씨는 2001년 우도로 여행을 갔다가 섬 총각 편성운씨를 만나 결혼했다. 바다 농사를 짓는 해녀 시어머니와 땅콩 농사를 짓던 남편의 배려로 화가였던 정희씨는 우도에서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었다. 행복했던 세 사람의 동거는 2년 전 부부가 이혼하면서 끝났다. 그렇게 정희씨는 우도를 떠났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난해 겨울 성운씨가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정희씨는 홀로 남은 시어머니 걱정에 우도를 드나들기 시작했다. 못 보고 산 2년 사이 허리와 다리가 불편해져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재덕씨. 정희씨는 시어머니의 남은 생에 든든한 지팡이가 되어주기로 결심한다.
12월3일은 성운씨의 기일이다. 정희씨는 기제를 지내지 않으려는 재덕씨를 설득해 직접 챙기고 나선다. 비록 부부의 연은 끊어졌지만, 우도엄마와 정희씨 사이의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이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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