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1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인도의 아동권리 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는 법 개정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13억 인구의 40% 이상이 어린이인데도 18세 미만 국민을 위한 예산은 전체의 4%에 불과하다”며 “영양실조에 빠진 어린이 비율과 어린이 대상 범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어린이를 위한 교육·복지 예산 확대 등이 뒷받침돼야 아동 노동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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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청바지 공장에서 실밥을 제거하고 있다. |

1996년 6월 미국 잡지 ‘라이프’에 파키스탄 시알코트 지역의 한 어린이가 나이키 축구공을 바느질하는 사진 한 장이 실리면서 아농 노동 이슈가 주목받았다. 서른두 조각의 가죽을 1600여번 꿰매야 축구공 한개가 만들어지는데, 아이는 300∼400원을 받고 하루 11시간 이상 노동력을 불법 착취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나이키는 아동 노동의 책임을 하청업체로 돌렸는데, 불매운동이 확산하자 결국 사과했다. 이후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아동 노동 문제가 불거졌다.
2000년대 후반 의류 브랜드 갭 등은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척박한 공장에서 14세 미만 아이들이 만든 의류를 유통한 사실이 적발됐다. 지금도 일부 패션 브랜드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아이들을 불법 고용한 개발도상국의 하청업체와 비밀리에 거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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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만들고 있는 미얀마 소녀. 공장 노동자 가운데 18세 이상은 단 3명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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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밭 일구는 아프리카 아이들 |
특히 지난 1월 국제앰네스티가 발표한 아프리카 콩고 코발트 광산의 아동 노동 실태 보고서는 파장이 컸다. 콩고에서는 4만여명의 아이들이 하루 1∼2달러를 벌기 위해 어두운 광산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해 100명 가까운 노동자가 목숨을 잃을 정도로 열악한 광산에 아이들이 투입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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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카하마 금광에서 일하고 있는 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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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에서 플라스틱 등을 고르고 있는 방글라데시 소녀 |

28일 ILO의 ‘아동노동 금지를 위한 국제 프로그램’(IPEC)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아동 노동 인구는 1억3400만명으로 추정된다. 2000년 2억4600만명이던 아동 노동 인구는 2004년 2억2200만명, 2008년 2억1500만명을 거쳐, 2012년 1억6800만명(추정치) 등에 이어 2020년 1억700만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별로는 불법 노동에 동원된 소녀의 감소율이 두드러졌다. 2000년 1억1330만명에서 2012년 6819만명으로 40%나 줄었다. 반면 소년의 경우 2000년 1억3220만명에서 2012년 9976만6000명으로 25% 감소했다. 유엔 등이 이 기간에 소녀 교육과 양성평등을 강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아동 노동 감소율은 2000∼2004년 10%였지만, 2004년부터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까지 감소율은 3%에 불과하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아동 노동을 근절하려는 노력도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후진국의 아동 노동 인구가 7440만명인데, 개발도상국의 아동 노동 인구는 936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아동 노동이 못사는 나라의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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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물을 짜고 있는 소녀 |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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