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임금체불액이 경제규모가 훨씬 큰 일본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임금체불 규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임금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업주들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에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근로자는 29만2558명, 체불된 임금 규모는 1조3195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체불임금 규모는 2009년부터 매년 1조원을 넘었다. 이는 이웃 나라 일본과 견주었을 때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큰 금액이다.
2014년 일본의 임금체불 근로자는 3만9233명, 체불액 규모는 131억엔(한화 약 1400억6782만원)으로, 우리나라의 체불임금 규모가 일본의 10배 수준이다.
◆악덕사업주 "임금체불 뭐 어쩌라고?"…영세기업 근로자 가정 파괴
한국과 일본의 경제규모 차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임금체불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3779억달러로, 일본(4조1233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경제규모가 일본의 3분의 1임에도 임금체불액이 10배에 가깝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의 체불액이 일본의 30배에 육박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임금체불이 이처럼 일본보다 훨씬 많은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일본의 고용시장이 우리나라보다 좋다는 점이 꼽힌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베이비부머가 대거 은퇴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 탓에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구직자를 구하기 힘들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강소기업들이 많다는 점도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하도급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 많다보니 대기업이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등 이른바 '갑질'을 하면 그 피해가 하청업체의 인건비 감축 등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들만으로 일본의 10배에 가까운 우리나라 임금체불 규모를 설명하기는 힘들다. 한국의 임금체불 규모는 일본보다 훨씬 많은 것은 물론, 미국·유럽 등과도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세계 최대 수준이기 때문이다.
◆韓 경제규모 日의 3분의 1, 임금체불액 10배…실질적으론 30배
전문가들은 근로자 임금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 문화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 생계가 달린 임금은 최우선변제 대상임에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업주들이 수두룩하다"며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 현장 감독인력 증원, 사업주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 등 다각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상당수 사업주가 경기가 나빠지면 직원들 월급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으며, 회사 사정이 그리 나쁘지 않아도 고의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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