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KGC인삼공사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해 팀 운영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던 서남원 감독에게 두 선수의 이탈은 ‘날벼락’이었다. 팀의 근간인 리시브 라인을 책임지던 두 선수가 떠났으니 ‘새 판’을 짜야했다. 자연스레 두 선수에게 가려 주로 웜업존을 지키던 선수들에게 눈길이 갔고, 그 중에 낙점 받은 선수가 최수빈(23)이다. 2012~13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은 최수빈은 그간 원포인트 서버 혹은 리베로를 맡았던 선수다.

최수빈과 장영은은 17일 수원에서 열린 현대건설전에서 선발 레프트로 출전해 각각 13점, 9점을 올리며 KGC인삼공사의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최수빈은 팀에서 최다인 33개의 서브를 받아 12개를 세터 머리 위에 정확히 올렸고 3개를 실패했다. 리시브 성공률은 27.27%. 장영은은 25개의 리시브 중 단 6개만 정확히 올렸고, 2개를 실패해 리시브 성공률은 16%에 그쳤다. 상대에게 서브 에이스를 허용한 뒤엔 올 시즌 전체 2순위로 팀에 입단한 지민경과 교체되어 나가기도 했다. 두 선수 모두 리시브에선 다소 아쉬웠지만, 올 시즌부터 주전으로 뛰기 시작했기에 질책보다는 격려가 필요할 때다. 서남원 감독도 “두 선수 모두 고비에서 그래도 제 역할을 해줬다고 생각한다. 특히 장영은은 바꿀까 고민할때마다 득점을 내주더라”라며 웃으며 두 선수의 활약을 치켜세웠다.
두 선수는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최수빈에게 데뷔 후 처음으로 주전으로 도약한 소감에 대해 묻자 “경기를 치를수록 점점 더 알아가고 있다. 재밌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며 웃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재밌고, 힘드냐고 묻자 “코트 위에서 하고 싶었던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지만, 생각이 많아져서 힘들기도 하다”고 답했다. 이어 “생각이 많아져봤자 도움되는 것은 없더라. 저는 신장(1m75)이 작기 때문에 공격에선 큰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막 하려고 한다. 다만 수비나 리시브에서는 부담이 된다. 극복해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 흘린 것에 대한 주변 반응이 어땠냐고 묻자 “마치 비운의 여주인공인 것마냥 울어서 좀 부끄러웠어요. 지난 6년간 힘들었던 생각들이 스쳐지나가서 눈물이 나더라고요”라면서 “평소에 엄마가 경기 끝나면 제 플레이에 대한 멘트나 평가를 해주거든요. 그날도 그렇게 하시길래 ‘아 우리엄마는 참 냉정하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아빠 말을 들어보니 엄마가 제가 우는 장면을 보시면서 엄청 울었다고 하시더라구요”라고 후일담을 들려줬다.
지난 두 시즌간 KGC인삼공사는 최하위를 기록하며 선수단에는 패배의식이 자리잡았다. 코트에 들어가기도 전에 ‘오늘도 지겠지’하는 마음이 자리잡았단다. 장영은은 “올 시즌은 달라요. 절대 진다는 생각하지 않고 들어가요”라면서 “제가 팀에서 중간인데 고참과 어린 친구들의 소통도 잘 되고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졌거든요. 올 시즌은 한 번 해볼만 할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먼 길을 돌아돌아 KGC인삼공사 왼쪽 측면의 새 주인이 된 최수빈과 장영은. 오랜 세월을 기다린 만큼 이제는 어엿한 주전 선수로서 팀의 중심 역할을 잘 해내며 KGC인삼공사의 ‘흑역사’를 끝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제공=KOVO, 발리볼코리아닷컴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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