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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어엿한 주전' 최수빈·장영은이 부르는 '레프트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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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8 06:02:00 수정 : 2016-11-18 01: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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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의 냉정한 논리가 적용되는 프로무대에서는 기존 주전의 이탈은 백업 선수들에겐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온다. 여자 프로배구 KGC인삼공사는 지난 몇 년간 왼쪽 측면을 지켜온 백목화와 이연주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었지만, 협상이 결렬되어 프로무대를 떠나 실업팀으로 향했다.

지난 4월 KGC인삼공사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해 팀 운영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던 서남원 감독에게 두 선수의 이탈은 ‘날벼락’이었다. 팀의 근간인 리시브 라인을 책임지던 두 선수가 떠났으니 ‘새 판’을 짜야했다. 자연스레 두 선수에게 가려 주로 웜업존을 지키던 선수들에게 눈길이 갔고, 그 중에 낙점 받은 선수가 최수빈(23)이다. 2012~13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은 최수빈은 그간 원포인트 서버 혹은 리베로를 맡았던 선수다. 

서 감독은 사이드 블로킹과 공격력 강화를 위해 고교 시절에는 레프트를 봤었으나 프로 입성 이후엔 주로 센터를 맡았던 장영은을 다시 왼쪽 측면으로 보냈다. 경남여고 재학 시절 국가대표로 뽑히기도 했장영은은 2011~12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GC인삼공사의 유니폼을 입은 유망주였다. 그러나 부상과 센터 치고는 다소 작은 신장(1m82)로 성장세가 더뎠던 선수다.

최수빈과 장영은은 17일 수원에서 열린 현대건설전에서 선발 레프트로 출전해 각각 13점, 9점을 올리며 KGC인삼공사의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최수빈은 팀에서 최다인 33개의 서브를 받아 12개를 세터 머리 위에 정확히 올렸고 3개를 실패했다. 리시브 성공률은 27.27%. 장영은은 25개의 리시브 중 단 6개만 정확히 올렸고, 2개를 실패해 리시브 성공률은 16%에 그쳤다. 상대에게 서브 에이스를 허용한 뒤엔 올 시즌 전체 2순위로 팀에 입단한 지민경과 교체되어 나가기도 했다. 두 선수 모두 리시브에선 다소 아쉬웠지만, 올 시즌부터 주전으로 뛰기 시작했기에 질책보다는 격려가 필요할 때다. 서남원 감독도 “두 선수 모두 고비에서 그래도 제 역할을 해줬다고 생각한다. 특히 장영은은 바꿀까 고민할때마다 득점을 내주더라”라며 웃으며 두 선수의 활약을 치켜세웠다.

두 선수는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최수빈에게 데뷔 후 처음으로 주전으로 도약한 소감에 대해 묻자 “경기를 치를수록 점점 더 알아가고 있다. 재밌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며 웃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재밌고, 힘드냐고 묻자 “코트 위에서 하고 싶었던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지만, 생각이 많아져서 힘들기도 하다”고 답했다. 이어 “생각이 많아져봤자 도움되는 것은 없더라. 저는 신장(1m75)이 작기 때문에 공격에선 큰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막 하려고 한다. 다만 수비나 리시브에서는 부담이 된다. 극복해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장영은은 지난 12일 GS칼텍스전에서 4,5세트에만 11점을 몰아치며 3-2 역전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GS칼텍스전에서 워낙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부담이 되진 않았냐고 묻자 “지난 경기에서는 (지)민경이가 주전이었고, 제가 받쳐주는 역할이었다면, 이번 경기는 선발로 나가게 되어 ‘어떻게 하면 현대건설의 높은 블로킹을 뚫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많았다. 근데 나 역시 수빈이처럼 ‘생각 없이’ 막 하는 게 정답이더라”라고 답했다. 포지션 변화에 대한 압박감은 없냐고 묻자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너무 재미있어요. 제가 2단 공격을 때리는 것을 좋아하는 데 공도 많이 와서 좋고요. 센터 때는 전위 세 자리만 소화한 뒤 벤치에 가야했지만, 이제는 후위에서도 코트에 있을 수 있어 좋아요”라면서 “상대팀들이 리시브가 부족한 제게 당연히 서브를 많이 넣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리시브 라인에 서면 무조건 오겠거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안 오면 고맙고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지난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 흘린 것에 대한 주변 반응이 어땠냐고 묻자 “마치 비운의 여주인공인 것마냥 울어서 좀 부끄러웠어요. 지난 6년간 힘들었던 생각들이 스쳐지나가서 눈물이 나더라고요”라면서 “평소에 엄마가 경기 끝나면 제 플레이에 대한 멘트나 평가를 해주거든요. 그날도 그렇게 하시길래 ‘아 우리엄마는 참 냉정하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아빠 말을 들어보니 엄마가 제가 우는 장면을 보시면서 엄청 울었다고 하시더라구요”라고 후일담을 들려줬다.

지난 두 시즌간 KGC인삼공사는 최하위를 기록하며 선수단에는 패배의식이 자리잡았다. 코트에 들어가기도 전에 ‘오늘도 지겠지’하는 마음이 자리잡았단다. 장영은은 “올 시즌은 달라요. 절대 진다는 생각하지 않고 들어가요”라면서 “제가 팀에서 중간인데 고참과 어린 친구들의 소통도 잘 되고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졌거든요. 올 시즌은 한 번 해볼만 할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먼 길을 돌아돌아 KGC인삼공사 왼쪽 측면의 새 주인이 된 최수빈과 장영은. 오랜 세월을 기다린 만큼 이제는 어엿한 주전 선수로서 팀의 중심 역할을 잘 해내며 KGC인삼공사의 ‘흑역사’를 끝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제공=KOVO, 발리볼코리아닷컴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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