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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서울, 도시재생에서 해법 찾다] ⑥ 덴마크 민·관 협동 도심 재개발 성공

입력 : 2016-11-13 23:11:50 수정 : 2016-11-13 23: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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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미래·노후 걱정없는 행복지수 1위 나라 … 모두가 만든다 유럽 대륙 북쪽에 뾰족하게 솟은 덴마크. 인구 500만명의 소국이지만 유엔이 발표하는 행복지수에서 1위를 놓치는 법이 없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다. 코트라(KOTRA)의 임성주 덴마크 무역관장은 이런 덴마크의 행복 비결이 ‘3무’(三無)에 있다고 설명한다. 임 관장은 “덴마크에는 사람 간 비교와 상하 관계에 따른 차별, 미래·노후 걱정이 없다”며 “이런 덴마크의 행복 비결은 도시재생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덴마크의 도시재생은 위에서 결정하고 밑에서 이행하는 ‘톱다운’ 방식을 지양한다. 이웃 동네와 비슷한 획일적인 재개발 대신 텃밭 하나, 산책로 하나도 모두 주민 의견을 받아 바꾼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민 등이 모두 참여하는 덴마크의 도시재생은 ‘직접민주주의’ 구현의 장이라 할 만하다. 

외위스텐 레오나르센 코펜하겐시 지역개발 매니저가 덴마크의 도시재생 철학이 쓰여진 순홀름 지역 커뮤니티센터 벽면을 가리키고 있다.
◆정부 주도 ‘싹쓸이’ 개발에서 ‘커피외교’로 전환


덴마크도 1990년대까지는 ‘갈아엎고 새로 짓는’ 정부 주도의 재개발 정책을 고수했다. 변화가 온 것은 수도 코펜하겐 중앙역 인근 베스테르브로(Vesterbro) 재개발 이후다. 이 지역은 대부분의 도시 중앙역이 그러하듯 코펜하겐의 마약과 노숙인이 밀집한 슬럼이었다. 1980년대 정부는 이 일대를 허물고 대규모 재개발에 나섰다. 노후 건물이 새 단장하고 고급 레스토랑과 커피숍이 들어서면서 중앙역 주변에 활기가 돌았다. 언뜻 보기엔 성공한 재개발 같아 보였다.

그러나 재개발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생기면서 주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행복지수 1위’ 덴마크 정부는 고심 끝에 주민들이 다같이 행복할 수 있는 ‘이웃 회복, 활성화’라는 새로운 도시재생을 선언했다. 주민 의견 수렴, 지역의 전통과 특색 보존, 도시 전체의 재생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이 중심이 된 재생이다. 덴마크어로 ‘크바르테르뢰프트(Kvarterloeft)’다. 

재개발 이후 고급 레스토랑과 커피숍이 들어선 덴마크 코펜하겐 중앙역 인근의 베스테르브로 지역을 시민들이지나고 있다. 이 지역은 화려하지만 비민주적인 개발로 이후 덴마크의 도시재생을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바꿔놓았다.
덴마크 도시위원회와 코펜하겐시는 1997년 실업률이 높고 사회적 문제가 많은 대표적 지역을 선정해 이웃 회복 작업에 착수했다.

도시재생이 시작되는 곳에는 시민들의 의견 수렴과 조율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가 먼저 들어선다. 센터에는 5∼10명의 자치단체 공무원이 파견되고, 이들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 시청이 아닌 지역 커뮤니티 센터로 출퇴근한다. 신문, 홈페이지, 광고 등을 통한 공고 외에도 공무원들이 주민들을 따로 접촉하며 참여를 독려한다.

정부는 덴마크식 도시재생의 성공 비결을 ‘커피 외교’(Coffee Diplomacy)에서 찾는다. 공무원과 주민들이 의견을 나누며 마시는 커피가 하루에 수십잔에 이른다는 것이다.

크바르테르뢰프트 프로젝트에 6차례 참여한 바 있는 외위스텐 레오나르센 코펜하겐 지역개발 매니저는 “도시재생 지역이 정해지면 지역주민과 공무원이 참여하는 지역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가 구성되고 5∼7개의 실무그룹(Working group)이 만들어진다”며 운영위원회는 매년 8회, 각 실무그룹는 매달 한 차례씩 모임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6∼8년 동안 공식적인 회의만 수백회 진행되는 것이다.

레오나르센 매니저는 “회의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견 전달이나 설득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며 “학교 담을 허물고, 보행도로를 만들고, 꽃밭에 팻말을 붙이는 작업까지 주민 의견에 따라 도시 재생의 방향이 변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지원하되 간섭 않는 중앙정부

덴마크 도시재생은 ‘도시재생법’을 따른다. 중앙정부는 지역재생, 열린공간, 건물재생, 건강·의료 개선 등과 관련한 도시재생 신청을 각 지역으로부터 받아 심사 후 예산을 배정한다. 지난해 중앙정부는 도시재생에 총 2억8400만크로네(약 507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예산을 받은 지자체는 정부 예산에 비례해 지역 예산을 추가 배정해야 한다. 지역재생의 경우 총 예산의 35%를 중앙정부, 나머지를 각 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수백억원의 돈을 지원하는 중앙정부지만 예산 지원 후에 지역 재생의 방식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사회통합부(이민·사회통합·주거 총괄)의 다니엘 질메르 티에센 사무관은 “중앙정부의 역할은 사업의 필요성을 평가하고 그에 맞는 예산을 지원하고 법에 따라 시행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지역에 적합한 개발 방식은 자치단체와 주민참여로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정부 방침을 밝혔다. 이런 철학 때문에 도시재생이 끝난 후에도 중앙정부의 평가, 페널티·인센티브도 없다.

덴마크의 인구의 10배가 넘는 한국도 이런 식의 ‘직접민주주의식’ 도시재생이 가능할까.

티에센 사무관의 답변은 단호했다. 그는 “크기의 차이일 뿐 공존의 가치는 도시재생의 필수요소”라며 “한국의 도시재생 단위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면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코펜하겐=글·사진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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