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차를 부르면 현관 앞에 와서 서고, 운전대를 잡지 않고도 책을 보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자율주행차’는 이제 영화에나 등장하는 상상 속의 산물이 아니다. 완벽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려면 더 진보된 기술과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겠지만, 이미 실험용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고, 자율주행차를 내놓기 위한 선행 기술인 커넥티드카 기술은 이미 실용 단계다.
특히, 외부 네트워크와 통신망으로 차량이 연결되는 커넥티드카는 자동차 업계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도 눈독을 드리는 사업분야로 기술·시장 선점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12일 자동차 및 ICT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미래 커넥티드카 기술 선도를 위해 첫 글로벌 빅데이터센터를 중국 구이저우성에 구축하기로 했다. 지리적으로는 중국 시장, 기술적으로 커넥티드카 시장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커넥티드카는 차량과 차량, 차량과 다른 사물간 정보를 주고 받으며, 이를 통해 기본적으로는 음악을 들려주거나 목적지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가동하고, 도로 교통 상황과 주행 차량과의 간격 등을 파악해 차량을 자율주행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차량 외부에서 시동을 스마트폰을 이용해 시동을 걸거나 창문 개폐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커넥티드 기술 덕이다.
과거에는 이런 장비를 값비싼 차량의 보조적인 편의 수단 정도로 이해했지만, 요즘에는 웬만한 차량에 이 같은 기술이 적용된다.
특히 이런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통합 운영체제(OS)가 필수적이다. 기존 차량의 경우엔 간단한 정보를 차량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정도기 때문에 각 차량에 맞게 시스템을 적용하면 됐지만, 고도의 정보를 처리하고 비용을 절감하려면 OS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자동차가 ‘피처폰’ 이었다면 미래의 커넥티드카는 ‘스마트폰’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OS가 중요하다.
현대기아차는 커넥티드카 운영 체제를 ‘ccOS’라고 명명하고, 리눅스 기반의 제니비 등 오픈소스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앞서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올해 6월 남양연구소 차량 IT(정보기술) 개발센터 내 ‘ccOS‘ 개발을 전담하는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개발팀’을 신설했다. 현대차는 이미 ccOS의 기본 구조에 해당하는 ccOS 아키텍처 설계를 완료하고, 상용화 버전, 즉 실제 차량 운전자들이 사용하게 되는 ‘ccOS 레퍼런스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엔 ccOS가 탑재된, 고성능 컴퓨터 수준으로 진화된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가 실용화되면 차량이 집에 도착할 때 자동으로 현관의 전등이 켜지거나 집안의 보일러가 작동하고, 현대차가 미국 수퍼볼 경기에서 선보였던 광고처럼 딸이 타고 움직이는 차량 경로를 아버지가 집에서 파악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커넥티드카가 각각의 사물을 잇는 핵심이 된다면 오늘날 스마트폰의 삶의 핵심 기기가 됐듯이 커넥티드카를 둘러싼 시장의 크기도 어마어마해질 수밖에 없다. ICT 기업도 이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다.
SK텔레콤은 최근 인텔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17년엔 OS 실증작업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31일 인텔과 함께 5세대 이동통신 딥러닝(유연한 기계 자체 학습) 기반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는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양사는 차량과 터널·빌딩 등 지형지물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V2X’ 기술과 차가 보행자 등 주변 사람과 사물을 인식하고 스스로 주행 결정을 내리는 플랫폼도 구축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이어 지난 7일에는 이미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에 나선 BMW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자동차 회사와 인텔, 퀄컴을 비롯한 ICT 기업 등 총 8개사 참여하는 ‘5G자동차협회’를 구성,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기술을 공동 연구하기로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PC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을 주도했던 인텔이 이제는 자동차 기술에 역량을 집중투입하고 있다”며 “컴퓨터 그래픽 카드 업체로 잘 알려진 엔비디아 등도 자동차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도 이미 커넥티드카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인 IFA에서 커넥티드카 기술인 ‘커넥트오토’를 선보였다. 스마트폰을 통해 차량 상태나 운행 정보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삼성전자가 피아트의 전장(전자장비)부품 사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커넥티드카 사업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이미 3년7개월 전에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를 신설했으며, 폴크스바겐과 함께 커넥티드카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 나선 상태다.
중국에서는 현지 최대 전자상거리 업체인 알리바바와 최대 국유 자동차 기업인 상하이자동차가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문과 내비게이션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커넥티드카를 최근 출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해외 자동차 업체 중, 도요타 등이 커넥티드카 OS개발에 착수한 상태고, 구글은 커넥티드카 기술을 포함한 자율주행을 위한 독자 OS를 개발 중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에서처럼 자동차에서도 OS가 표준화되고 특정 기업이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시스템에서의 표준화는 이뤄질 수 있겠지만, 자동차에 탑재되는 OS는 각 기업의 필요에 따라 자체적으로 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구글같은 거대 기업이 스마트폰 시장에서처럼 자동차 시장에서 표준화에 나설 경우, 산업에 미칠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단위 : 대)
2014년 700만
2015년 1000만
2016년 1500만
2017년 2200만
2018년 3200만
2019년 4700만
2020년 6900만
<자료 : BI인텔리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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