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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지금 이 순간에도 소방관들은 '출동' 대기 중

입력 : 2016-11-08 20:02:01 수정 : 2016-11-08 22: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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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소방의 날… 서초소방서 현장 르포 / "출동대비 항상 긴장… 길 안터줄 땐 답답" 지난 2일 오후 9시3분.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경적이 서울 서초소방서를 흔들었다. 한 음식점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서울종합방재센터에 접수된 것. 이날 당직인 ‘현장대응단 3팀’ 대원들은 출동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리를 박차고 나가 차고로 향했다.

소방관들이 치솟는 불길을 진압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
3팀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9시11분. 과정은 기대와 달리 순탄치 못했다. 차량 대열 선봉에 선 지휘팀이 사이렌을 울리며 연신 “차량 정지, 차량 정지”란 방송을 내보냈지만, 여전히 많은 차량이 자신의 갈 길을 고집했다.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위해서는 신고를 받은 지 5분(골든타임) 안에 도착해야 한다는데 출동하는 이나 지켜보는 이 모두 답답한 침묵이 이어졌다.

화재는 다행히 큰 불로 번지지 않았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서초119안전센터 소방관들이 초기 불길을 잡은 덕에 3.3㎡ 남짓한 건물 외벽과 쓰레기봉투 등이 타는 데 그쳤다.

‘소방의 날(9일)’을 앞두고 이날 오후 8시부터 이튿날 오전 3시까지 지켜본 소방관들의 근무는 일분일초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소임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화재의 원인은 타다 남은 담배꽁초로 추정됐다. 화재 조사관인 손홍성(37) 소방교는 “발화 지점 증거와 음식점 관계자 진술 등을 감안하면 담배꽁초가 발화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과 인명·재산 피해 등을 조사하는 화재 조사관은 서울 소방관 6801명 가운데 142명에 이른다.

이날처럼 사소한 부주의가 화재 원인인 경우는 허다하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화재 출동 5921건 가운데 3478건(전체 58.7%) 원인이 부주의였으며 이 중 1300건은 담뱃불이 문제였다. 최근 들어 화재 출동은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의 경우 9월 말 기준 5504건으로, 2013년 한 해 건수(5646건)에 육박했다. 삶의 터전이 쑥대밭이 되는 피해로 이어지다 보니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사회복지협의회, 에쓰오일과 협약하고 화마가 할퀸 저소득층의 주택 복구 등을 지원하는 화재피해복구재활센터도 운영한다.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서 타다 만 불씨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소방관들을 긴장시키는 건 화재뿐이 아니다. 1일 오전 9시 현장대응단 3팀이 야간 근무를 마치고 교대하기 직전에 40대 남성이 포클레인을 몰고 대검찰청 청사로 돌진해 구조 출동을 나간 게 대표적이다. 한 소방관은 “이런 것도 직업병이라던데 지하철 안내 방송이 나오면 깜짝깜짝 혼자 놀란다”며 “휴대전화는 항상 진동 모드로 해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방관은 “소방관은 스트레스 등으로 평균 수명이 정년인 60세도 안 된다”며 “어서 명예퇴직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시민들의 배려와 협조를 부탁했다. 서초소방서에서 여성 소방관으로 유일하게 화재 진압용 펌프차에 타는 김지원(30·여) 소방사는 “예전보단 낫지만 길을 안 터주는 운전자들 때문에 답답하다”며 “길을 터준 사이로 끼어드는 차량을 볼 때면 할 말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소방관은 “불법 주차 때문에 사다리를 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수도 서울을 지킬 수 있도록 시민들이 작은 배려를 해줬으면 하는 게 이들의 바람이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사진 =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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