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들은 다가오는 미래사회에 대해 기대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10명 중 8명 가량이 로봇과 첨단기술로 인간의 일자리 더 적어질 것이라고 답했으며, ‘알파고’와의 바둑대국 본 후 인간의 한계를 느낀다는 이들도 많았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미래사회와 직업전망, 인공지능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래사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에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는 가운데 불안감은 주로 일자리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먼저 미래사회에 대한 기대감을 평가해본 결과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과 기대감이 별로 없다는 의견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사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상당히 엇갈리는 것으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남성과 50대가 상대적으로 많은 데 비해 기대감이 별로 없다는 응답은 여성과 20~40대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미래사회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이미지도 바라보는 시각이 나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가장 많이 떠올리는 미래사회의 이미지는 △편리한(46.2%·중복응답) △최신의(36.4%) △발전(35.4%)과 같은 긍정적인 느낌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복잡한(29.4%) △감시받는(29.4%) △통제하는(26.6%) △혼란(23.6%) △불안(22.6%) △불평등(22%) △차가운(22%) △감시(21.1%) △팍팍한(20.8%) △단절(19.2%)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훨씬 많이 연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10명중 8명 "미래시대 우리 삶 더 편리해질 듯…계층양극화도 심해져"
미래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평가에서도 미래에 대한 다양한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전체 10명 중 8명이 미래시대에 우리 삶은 더욱 편리해질 것이라고 바라볼 만큼 편리한 삶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기술적으로 더 진보한 세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별다른 이견을 찾긴 어려웠다. 기술 혁신으로 인해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인간이 못하는 일을 로봇이 대신하기 때문에 삶이 더 여유로워질 것이라는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미래사회의 변화가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아니었다. 전체 10명 중 4명만이 인류 모두가 문명발전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으며, 오히려 대다수 사람들은 미래사회에는 계층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더 편리해지는 만큼 감시와 통제도 심해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미래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질 가치로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을 꼽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삶이 편리해져도 아프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인식이 큰 것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태도가 뚜렷했다. 또한 △전문성을 갖고(43%) △보유 자산이 많아야 하며(31.7%) △자신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28.3%)는 시각도 큰 편이었다.
◆81.6% "로봇과 첨단기술로 대체, 인간의 일자리 감소"
사람들이 미래사회의 일자리 문제에 얼마나 큰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지는 미래사회의 직업에 대한 전망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직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를 물어본 결과, 로봇과 첨단기술로 대체되어 지금보다 인간의 일자리가 더 적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다양한 직업의 등장으로 현재보다 일자리가 더 많아질 것 같이라는 예상을 압도한 것이다.
전체적인 일자리 수가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도 10.8%에 불과했다. 로봇과 첨단기술로 인해 지금보다 인간의 일자리가 더 줄어들 것 같다는 시각은 중장년층에게서 보다 두드러졌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인식을 반영하듯 전체 응답자의 82.3%가 기술혁신으로 대량실업이 초래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은 첨단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도 바라봤으며, 인간이 해야 할 일이 줄어들어 그로 인한 문제가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86.5%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인간과 로봇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을까. 로봇의 역할이 지금처럼 인간의 명령을 받는 관계로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전체 33.7%에 그쳤다. 오히려 인간이 로봇으로부터 일부 조언을 받아서 일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며, 인간이 로봇의 명령을 받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상도 결코 적지 않았다.
이를 통해 전반적으로 로봇이 인간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로봇과 관련한 전반적인 인식평가 결과, 전체 응답자의 66.5%가 미래사회에는 로봇이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 설 정도로 그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바라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로봇과도 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는 데도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었으며, 기계나 로봇에 지배당하는 세상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반면 미래사회에 로봇이 인간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은 10명 중 4명에 그쳤다.
최근 미래사회의 핵심기술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인공지능과 관련해서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10명 중 8명이 인공지능으로 인해 우리 삶이 더욱 편리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성별이나 연령과 상관 없이 인공지능의 활용이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 것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위험하거나 어렵고 힘든 일이 해결되고, 단순한 업무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으며, 산업현장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게 되면 보다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전과 활용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에 불안감도 많이 느끼는 모습이었다.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역시 일자리 문제로, 전체 응답자의 79%가 인공지능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빼앗길 것 같아 우려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고,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더 커질 것 같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대체로 미래사회의 불안요소들과 일치하는 것으로, 인공지능의 발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복잡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인공지능에 의해 인류가 지배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공지능 시대 도래, 韓 준비 부족…관련 투자 미흡
인공지능에 대한 높은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그래도 인류가 현명하게 잘 활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더 강했다. 인류가 인공지능을 올바른 쪽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시각에 동의하는 의견이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의견보다 훨씬 많은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우려나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비동의 의견보다 우세했다. 대체로 연령이 높을수록 인류가 좋은 방향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할 것이고, 막연한 우려 및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낙관적인 태도가 뚜렷한 편이었다. 또한 인공지능은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56.9%에 이르렀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준비는 부족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전체 17%만이 인공지능분야에 대한 투자가 잘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바라봤으며, 우리나라가 인공지능의 발전을 선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당연하게도 대부분이 인공지능과 관련한 기술개발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으며, 인공지능 관련 기술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개인도 자신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전체 87.6%에 이르렀다.
◆'사랑해' '고마워' 등 감정 표현, 인공지능이 인간 대체할 수 없어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능력으로는 감정표현(73.9%·중복응답)과 창의성(58.5%)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한 △감정이입 능력(48.6%) △공감능력(47%) △희망적인 태도(45%)를 인공지능이 따라갈 수 없는 인간의 능력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으며, 위기대처능력(28.8%)과 상항판단능력(26.9%)을 꼽는 의견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향후 인공지능의 활용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책임주체로 기업을 바라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인공지능 제품을 만든 기업 및 제조사에게 사고의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제품 판매를 허락한 정부와 제품을 소유한 개인, 제품을 판매한 유통업체에게 책임이 있다는 의견보다 훨씬 많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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