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세법 관련 여러 현안 중 하나는 ‘근로소득자의 면세비율’로, 이는 국민개세주의와 관련된다.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4년 귀속기준으로 근로소득자의 면세비율은 약 48.1%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근로소득자가 전혀 세금을 부담하지 않으니 과세형평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따라서 국민개세주의에 따라 적은 액수라도 면세자들에게 소득세를 부담지우는 것이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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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동 배재대 교수·조세법 |
세금을 매기기 위한 기준을 개인의 경제력으로 삼는다면 이론상 소득이나 소비, 부 중 어느 하나를 골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각 지표는 여러 한계를 갖는 까닭에 많은 나라의 세제는 소득, 소비, 부 세 가지 모두를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한다. 결국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만을 가지고서 경제력에 따른 세금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헌법의 문제로 돌아와 보자. 번 돈이 있음에도 소득세를 부담하지 않는 것은 헌법 제38조에 정면으로 위배되는가.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제34조 등 다른 조문과 조화롭게 해석한다면,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소득을 과세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요청을 확인할 수 있다. 면세점을 정해 그 이하에 속하는 사람에게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것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저소득층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세법의 영역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소득자의 면세비율에 관한 논점은 모든 근로소득자에게 빠짐없이 세금을 물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담세능력에 따른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를 살피는 데 있다. 담세능력은 소득 종류와 무관하다. 따라서 근로소득 외 금융소득이나 사업소득, 양도소득 등 다른 모든 소득을 합산해 그 능력을 가늠해야 한다.
국민개세주의를 근로소득자가 한 푼이라도 소득세를 부담해야 하는 뜻으로 새기는 것은 ‘오해’고, 담세능력에 따른 과세가 공평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진실’이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조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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