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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개세주의’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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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2 01:48:24 수정 : 2016-11-02 01: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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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개세(皆稅)주의, 이 말의 정확한 정의는 내려져 있지 않지만, 흔히 모든 국민은 예외 없이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개세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헌법 제38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를 근거로 내세운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세법 관련 여러 현안 중 하나는 ‘근로소득자의 면세비율’로, 이는 국민개세주의와 관련된다.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4년 귀속기준으로 근로소득자의 면세비율은 약 48.1%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근로소득자가 전혀 세금을 부담하지 않으니 과세형평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따라서 국민개세주의에 따라 적은 액수라도 면세자들에게 소득세를 부담지우는 것이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김현동 배재대 교수·조세법
번 돈이 있음에도 면세점 안에 자리 잡은 까닭에 소득세를 내지 않는 근로소득자 갑이 있다. 갑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고 세금 일체를 전혀 부담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갑은 소비할 때 면세재화나 용역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어김없이 부가가치세를 부담한다. 그뿐인가. 지방세 등 금액이 적을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다른 세목의 세금도 내야 한다. 그러므로 근로소득상의 면세자가 국가에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무임승차하고 있는 양 매도하는 것은 애초부터 조세체계를 이해하지 못한 그릇된 생각에 따른 것이다.

세금을 매기기 위한 기준을 개인의 경제력으로 삼는다면 이론상 소득이나 소비, 부 중 어느 하나를 골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각 지표는 여러 한계를 갖는 까닭에 많은 나라의 세제는 소득, 소비, 부 세 가지 모두를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한다. 결국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만을 가지고서 경제력에 따른 세금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헌법의 문제로 돌아와 보자. 번 돈이 있음에도 소득세를 부담하지 않는 것은 헌법 제38조에 정면으로 위배되는가.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제34조 등 다른 조문과 조화롭게 해석한다면,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소득을 과세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요청을 확인할 수 있다. 면세점을 정해 그 이하에 속하는 사람에게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것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저소득층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세법의 영역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소득자의 면세비율에 관한 논점은 모든 근로소득자에게 빠짐없이 세금을 물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담세능력에 따른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를 살피는 데 있다. 담세능력은 소득 종류와 무관하다. 따라서 근로소득 외 금융소득이나 사업소득, 양도소득 등 다른 모든 소득을 합산해 그 능력을 가늠해야 한다.

국민개세주의를 근로소득자가 한 푼이라도 소득세를 부담해야 하는 뜻으로 새기는 것은 ‘오해’고, 담세능력에 따른 과세가 공평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진실’이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조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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