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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로스트 인 더스트' 이런 범죄드라마를 기다렸다

입력 : 2016-10-23 14:00:00 수정 : 2016-10-24 09: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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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각본, 연기, 영상, 음악, 어느 요소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범죄드라마가 나왔다.

오는 11월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감독 데이빗 맥켄지)는 각본가 테일러 쉐리던의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에 이은 범죄드라마 3부작 중 2부로 은행강도 형제의 이야기를 담았다.

역주택담보대출 때문에 은행으로부터 농장을 차압당할 위기에 놓인 태너(벤 포스터)와 토비(크리스 파인) 형제는 연쇄 은행 강도 계획을 세운다. 아버지를 죽인 전과자 출신으로 즉흥적이고 무모하지만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깊은 형 태너와 달리 동생 토비는 머리가 좋고 이성적이다. 전과 전력 없이 평범하게 살아온 그는 이혼한 아내와 자녀들에게 줄 양육비 때문에 은행강도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이들의 정반대편에 셜록 홈즈 뺨치는 직감과 추리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형사 해밀턴(제프 브리지스)이 있다. 은퇴일이 얼마 남지 않은 해밀턴은 동료와 함께 태너·토비 형제의 동선을 한발 앞서 추리하며 수사망을 좁혀 나간다.



텍사스 주의 도시 미들랜드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웨스턴무비 특유의 긴장된 분위기, 평원과 도로, 석양을 피사체로 한 감각적인 영상, 그리고 인상적인 OST가 어우러져 한 편의 웰메이드 범죄드라마의 탄생을 알린다. 여기에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 밸런스가 103분 러닝타임 동안 꽉 찬 느낌을 선사한다.

범죄자인 두 형제의 인생은 자동차를 타고 끝이 안 보이는 지평선을 향해 달리다 하나의 점으로 수렴해가는 듯 보인다. 답이 없다. 더 이상 갈 곳도, 피할 곳도 없는 상황에서 이 형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쉐리던의 현실을 반영하고 반추하는 감각은 어쩌면 전작 '시카리오'보다 뛰어나다. 유머도 있고, 결코 무겁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 여러 사유 거리들을 안긴다. 생계형 범죄자들을 끊임없이 양산하는 부조리한 사회의 시스템 안에서 언제까지 '정의만'을 부르짖고 있을 것인지 심오하게 묻는다. 

범죄자의 시각에서 사건의 기승전결을 서사하고, 권선징악의 빤한 결말로 나아가지도 않지만 '나쁜 영화'라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작.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3분. 11월3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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