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올해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는 저유가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SK이노베이션만의 차별화된 ‘최적운영 능력’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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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의 울산 석유화학단지 부두에서 직원들이 유조선에 석유 제품을 싣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
원유라고 하면, 보통 까맣고 걸쭉한 느낌의 액체를 생각하지만, 실제 원유의 품종은 치즈처럼 다양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원유는 중동산 두바이유, 미국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한두 개 대표 유종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나라별, 지역별, 광구별 등 수백 가지”라며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원유들은 색깔, 점도, 성분 비율 등 각각이 가진 개별 성상이 다르며, 이들을 정제해 생산되는 제품별 수율이나 성상들도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생산공정에 적합한 원유를 적용하는 것과 함께 보다 효율적인 생산품을 얻기 위해 원유의 배합(Blending)을 시행하고 있다. 생산 제품의 시장 가치를 고려해 여러 원유를 다양한 비율로 배합, 원하는 제품의 수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도입 가격의 경제성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개별 제품별 최적 생산을 위해 다양한 반제품의 배합비를 가장 경제적으로 도출하는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사용 중이다. 소프트웨어는 설비 조건, 원유 성질, 제품 생산 규격, 재고 현황, 출하 계획 등 수많은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이 같은 모델이 전 제품의 생산단계에 적용된다고 가정할 때, 최적운영을 통한 비용절감 효과는 많게는 연간 수천억원에 달한다.
이런 시스템을 발판으로 SK이노베이션은 공정 운영 빅데이터 관리를 통해 비교적 국내 설비와 궁합이 맞는 중동산 원유만 고집할 필요 없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세계 각지의 원료를 적기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차별적 장점을 활용해 미국, 이란, 남미 등 경제성이 확보된 원유와 초경질유(콘덴세이트)를 시의성 있게 도입해 추가 이익을 창출해내고 있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국내 최고 수준의 최적운영 능력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수준으로의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다
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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