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또 하나의 천재가 세상을 떠났다. 미국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의 젊은 에이스 호세 페르난데스(사진)가 지난 25일 보트 사고로 사망했다. 그의 나이 이제 24살이다. 한국팬들에게 호세 페르난데스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을 제치고 2013년 신인왕을 수상한 투수로 익숙한 선수다. 2012년 마이애미에 입단해 1년 만에 마이너리그를 통과하고 2013년 곧바로 빅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100마일(약 161km)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최고 85마일(약 136.8km)에 이르는 파워커브를 앞세운 페르난데스는 2013시즌에 12승6패 평균자책점 2.19를 기록, 신인왕과 사이영상 3위에 오르며 메이저리그의 미래를 책임질 에이스로 떠올랐다.
2014년 부상으로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페르난데스는 2015년 복귀했다. 2016년 수술 이후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그의 성적은 16승8패 평균자책점 2.86. 182.1이닝을 던지며 무려 253개의 탈삼진을 잡아낼 정도로 그는 수술 이전의 폭발적인 구위를 고스란히 재현해냈다. 지난 21일 8이닝 3피안타 1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승리투수가 된 그는 25일 등판 예정이었으나 체력 안배 차원에서 하루 연기됐다. 그리고 그날 밤 지인 2명과 보트를 타고 마이애미 해안으로 나간 페르난데스는 전복 사고를 당해 스물네 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보트 사고를 당한 페르난데스가 10대 시절 ‘아메리칸 드림’을 목표로 쿠바에서 미국으로 수차례 망명을 시도한 ‘보트 피플’이라는 점이다. 14살의 나이 때 처음 쿠바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하면서 수용소에 강간범, 살인범과 같은 흉악범들과 수감되기도 했다. 풀려난 뒤 페르난데스는 또다시 탈출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바다에 휩쓸려가던 어머니를 구해내고, 해안경비대에 총격을 당하면서도 꿋꿋이 버텨낸 페르난데스는 어머니, 누이와 함께 2008년 멕시코를 거쳐 미국 텍사스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보트 하나에 의지하면서 살아남았던 그가 유희를 위해 탄 보트의 전복 사고로 세상을 등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하늘도 신이 내려준 그의 재능을 질투했던 것일까.
페르난데스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더욱 가슴 아픈 이유는 그가 곧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기 때문이다. 불과 사망 5일 전 페르난데스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임신한 여자친구의 사진을 공개하며 기쁨을 드러냈다. 불우했던 10대를 지나 야구선수로서 그리고 남자로서 최고의 행복을 누리던 직전 세상을 떠난 셈이다.
현역 최고의 투수라 불리는 클레이튼 커쇼(LA다저스)도 데뷔 첫해 5승5패 평균자책점 4.26에 그쳤다. 반면 페르난데스는 데뷔 첫해부터 두 자릿수 승수,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정도로 현역 투수를 통틀어 가장 완벽한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가 가진 재능의 반의반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죽음이 더욱 아쉽다. 24년의 짧은 삶 동안 그 어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페르난데스가 하늘에서나마 행복하길 기원해 본다.
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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