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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법, 다른 기준… 구청별 인허가 제각각
26일 서울시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서울시 자치구별 단독·다가구주택 사용승인 처리기간’ 자료에 따르면 자치구별 처리기한이 최대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법적 시한을 넘기는 허가건수의 비율이 절반을 넘는 자치구는 성동(96%)·은평(88%)·강남(69%)·종로(65%)·영등포(58%)·서초(57%)·동작(54%)·성북구(53%) 8곳에 달했다. 반면 동대문구와 중구는 이 기한을 넘긴 경우가 1건도 없었다. 송파(8%)·광진(10%)·금천(13%)·양천(21%)·중랑(26%)·관악(26%)·노원구(27%) 등도 기한 초과 비율이 비교적 양호했다. 서울 전체 평균은 39%였다.
자치구들은 지역별 특성이나 업무량에 따른 차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같은 자치구에서도 연도별 차이가 큰 경우가 많아 담당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사용승인 처리건수는 성북(1749건)·관악(1031건)·광진(688건)·중랑(630건)·동작(477건)·영등포(269건)·노원(269건)·강북구(220건) 등의 순으로 많아 사용승인이 늦은 자치구 순서와는 차이를 보였다. 업무량이 많아 늦어진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 6개월간 서울시 전체 사용승인 기한 평균은 짧게는 7.2일(2011년)에서 길게는 8.8일(2016년)로 그 편차가 1.6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서대문구 6.2∼11.2일, 구로구 5∼14일, 서초구 10∼15일, 종로구 7.5∼11.1일, 성동구 8∼16일 등 일부 자치구에서는 연도별 편차가 5∼8일로 서울시 평균의 5배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강남구는 “건축주의 서류 보완이 늦어지거나 시설물 미비에 따른 재공사 등이 주요 지연 원인”이라고 밝혔다.
성동구도 “지역 특성상 구시가지의 노후주택이 많고 기반시설이 열악해 보완사항이 많다”고 했다. 용산구는 “최근 개발 붐으로 지가가 상승하자 이로 인한 개인 간 이권분쟁이 첨예해 중재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영등포구는 “저지대인 지역특성상 침수피해 예방에 중점을 두고 도로와 하수분야에 세밀한 검토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북구는 “건축직 공무원 부족으로 인한 담당자의 업무 과정과 부서 간 협의과정에 따른 지연이 있었다”며 “앞으로 처리기한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해명했다. 인허가 기간이 길고 기한초과 비율이 높은 서대문구와 종로구, 서초구 등 일부 구청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뒷돈·급행료 불법 인허가 유혹 여전해
자치구별로 제각각인 사용승인 기한은 행정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비리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20년 경력의 한 건축사는 “과거처럼 인허가 시에 관행적으로 돈을 주는 일은 많이 사라졌지만 인허가가 늦어질 때는 여전히 ‘갑’인 건축 공무원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실제 강남구청 건축과에 근무했던 임모(56)씨는 2004∼2009년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인허가 편의 등을 대가로 7억74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 등)로 지난달 8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에 따르면 임씨는 건설업체 대표의 부지 매입과 건축허가 등을 도와주는 대가로 당시 10억원이 넘는 압구정의 한 재개발 아파트를 넘겨받고 고급 승용차의 리스료 명목으로 41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고 대가를 받은 혐의 등으로 서울 19개 자치구 건축관련 공무원 35명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은 수년간 차명계좌까지 동원해 수억원을 받아챙겼다.
우리나라 행정 청렴도 분야에서 건축 비리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인식도 조사 결과를 봐도 설문대상인 일반국민·기업인·여론선도층 모두가 가장 부패한 분야로 ‘건축·건설’ 분야를 지목했다. 행정연구원의 행정분야별 부패인식도 조사에서도 ‘건축·건설’ 분야가 가장 문제가 많다고 지적됐다.
한 중소건설업체 대표는 “일처리를 안 해주고 끝까지 약올리는 공무원들이 있는데, 조건을 다 맞춰서 (관련 서류를) 제출해도이 핑계 저 핑계를 내며 허가를 안 내준다”며 “(인허가권을 쥔)공무원에게 잘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한 번은 담당 공무원에게 잘 보이려고 타지방에 있는 그 사람 친척 상가에 가서 2박3일을 있다가 온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한 건설현장 소장은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공무원들의 기본적인 권한과 재량권이 크기 때문에 꼬투리를 잡고 은근히 (돈을) 바라는 눈치가 있다”고 전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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