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제주시 연동의 한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고 달아난 중국인 관광객 첸모(50)씨가 범행 7시간만인 17일 오후 4시쯤 경찰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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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한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달아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중국인 첸모씨가 17일 오후 제주서부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2일엔 중국인 관광객 일행 8명이 제주의 한 음식점에서 여주인과 손님 등을 때려 뇌출혈과 눈·코 주위 골정 등 상해를 입힌 혐의로 5명이 구속되고 3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 중국인은 9일 오후 10시 25분쯤 제주시 연동의 한 외부에서 사온 술을 음식점 내에서 마시려다 실랑이를 하다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고 식당을 나가려다 이를 제지한 여주인에게 집단으로 주먹을 휘두르고, 싸움을 말리는 손님 등에게도 폭력을 휘둘렀다.
천씨 일행의 집단폭력 사건이 발생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 사건이 터지자 지역사회가 중국인을 중심으로 저질러지는 막가는 외국인 범죄의 불안에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 배경엔 올 5월 검거된 중국인 쉬모(33)씨의 살인사건 여파도 자리하고 있다.
관광가이드 일을 하던 중국인 쉬씨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중국인 여성 A(23)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돈을 뺏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강도살인 및 사체유기)로 5월 구속됐다.
쉬씨는 지난해 12월 30일 자신의 차량에서 금전 문제 등으로 A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위협해 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내 현금을 인출한 뒤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쉬씨는 범행 이후 사흘간 시신을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 서귀포시 안덕면 들판에 유기했다.
올해 들어 중국인에 의한 끔찍한 범죄가 계속해 발생하자 중국인들이 많이 몰리는 제주시 연동, 노형동 일대의 주민들은 외국인 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 김모(41·여·제주시 노형동)씨는 “중국인들의 잇따른 강력범죄 소식에 외출하기가 겁이 난다”며 “중국인관광객이 유치 정책보다는 주민 안전이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지구대 소속 한 경찰은 “일부 중국인관광객들의 폭력성 때문에 테이저건을 사용해 제압한 경우도 있다. 중국인이 연루된 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할 때면 불안감도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매년 증가하고, 무사증 입국 불법체류자와 등록외국인이 늘면서 외국인 범죄도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도내 등록외국인은 중국인 9314명 등 1만7938명, 무사증 입국 불법체류자는 8400명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6월 말까지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64만8263명에 달한다. 제주도 내 관련 기관들은 등록외국인과 불법체류자 수에 체류 외국인 관광객 수를 더해 적게는 3만5000명에서 많게는 5만명 이상의 외국인들이 제주에 머물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121명으로 집계됐던 외국인 범죄자는 2012년 164명, 2013년 299명, 2014년 333명, 2015년 393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 들어 7월 말까지 제주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은 347명이며, 이 가운데 25명이 구속됐고 322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18명보다 129명이 늘어 59.2%나 급증한 셈이다. 해당 기간 발생한 외국인 범죄의 69.2%는 중국인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인 범죄가 이처럼 는 것은 관광목적 외에 돈벌이를 위해 중국인이 무비자 입국지역인 제주를 대거 찾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32만명이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286만명이다. 지난해 메르스 여파로 감소했던 외국인 관광객 수는 올해 다시 2년 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추세다.
일손이 부족한 건설현장과 음식점, 농가 등에서는 불법체류자인 줄 알면서도 브로커를 통해 이들을 고용하고 있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범죄와 연루되는 경우가 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불법체류자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를 단속할 출입국관리소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출입국관리소 직원 1명이 수백명의 불법체류자를 관리하는 실정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특별 합동 단속에서 불법 체류자 167명을 검거했다. 이 중 서귀포시 대형 리조트 건축 공사장 등 도내 건설현장에서 붙잡힌 불법 체류자가 131명으로 전체의 78.4%를 차지했다.
지난 6월 집중 단속에서도 검거 인원 153명 중 137명(89.5%)이 건설현장에서 붙잡힐 정도로 많은 불법 체류자가 건설 근로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9월 현재까지 붙잡힌 외국인 불법 취업자도 732명으로 지난 한해 검거된 불법 취업자 502명을 훌쩍 넘어서는 등 제주에서 몰래 근로하는 불법 체류자들도 늘고 있다. 출입국 당국은 제주가 사증(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해 중국인 등 외국인이 찾기 쉬운 데다 중국계 자본 등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공사 현장이 많아 돈을 벌려는 많은 불법 체류자가 몰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등록외국인과 불법체류자, 무사증입국 관광객을 합해 최소 3만명 이상의 중국인이 제주에 머물다 보니 경범죄부터 강력 범죄까지 중국인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경찰청은 최근 외국인 범죄가 빈발하는 제주시 연동·노형동을 외사치안안전구역으로 설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지만, 중국인 범죄를 예방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관광 활성화를 위한 무사증 입국제도를 비롯한 제주도의 외국인 출입국·관리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황정익 제주국제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무사증 제도 도입과정에서 불법체류와 외국인 범죄 예방을 위한 시스템은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며 “불법체류자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 검·경, 국정원 등 유관기관의 긴밀한 정보공유와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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