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근로시간 단축, '종신고용' 사라질까?

입력 : 2016-09-14 07:00:00 수정 : 2016-09-14 10:20:36

인쇄 메일 url 공유 - +

'종신고용'은 직원을 정년까지 장기 고용하는 경영 관행으로 아직 일본 사회에 존재한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20대에도 정리해고를 당하고 고용이 안정된 공무원이 되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매달리는 등 고용불안이 만연한 한국에서 보면 부러운 관행처럼 보이지만 한국사회가 이를 시행하지 못할 뿐 일본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관행에는 뒤에 일본인의 근면·성실함이 근본이 돼 피와 땀의 뒤따른 결과라고 주장할 수 있는데 OECD가 조사한 근로시간만 놓고 보면 한국 근로자들이 더 많이 노력했고 더 많이 땀을 흘린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종신고용은 직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기업에 대한 귀속의식을 높이며 노사관계 안정화 등 한국사회에서 종종 이슈화되는 고용불안, 노사분쟁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직장 내에 정체된 분위기를 자아내며 불필요한 종업원의 해고를 어렵게 만드는 다는 지적도 있다.

또 '맹렬사원'이 존재했기 때문에 지금껏 유지될 수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
맹렬사원은 1970년 탄생한 말로 사생활을 포기하고 회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직장인을 비유한 말이다.

버블경제 붕괴 후 예전과 같은 모습은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 일본인이 일하는 방식은 맹렬 그 자체로 후생노동성이 조사한 ‘근로통계조사’가 그 증거다.
일본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했지만, 초과근무는 지금도 증가하고 있다. 즉 법으로 1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노사협정에 따라 야근이 줄지 않고 오히려 줄어든 근무 시간만큼 증가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일 아베 신조 총리는 내각 관방에 '일하는 방식 개혁실현 추진실'을 설치하고는 “맹렬사원이란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일본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종신고용을 보장하려는 조치"라고 말해 이슈가 됐다.

아베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일본 정부가 ‘야근 상한선’을 정해 장시간 근로 관행을 규제하겠다는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단순히 분위기만이 아니라 '1억 총활약상 국민회의'에서 "초과근무 규제의 바람직한 모습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며 근로 관행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과 같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의문을 품으며 “현실과 어긋난 발언이다”라는 지적과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종신고용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아베 총리는 '일하는 방식 개혁실현 추진실'을 내각 관방에 설치하며 근로 관행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사진= 아사히신문 캡처)
종신고용은 맹렬사원이 있어 가능했다.
일부에서는 법정노동 시간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기업은 호황 때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경기가 나쁠 때는 해고하는 형태로 인력을 조정할 수 있다며 종신고용이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모두가 야근하면서 업무를 처리하고, 경기가 나쁠 때는 모자란 듯한 인력에 직원을 쉽게 해고할 수 없으며, 해고하지 않아도 기업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초과 근무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으로 정부도 사실상 이러한 경영 관행을 뒷받침하고, 이를 법률의 형태로 구현한 것이 '36협정(시간 외 근무 및 휴일 근무를 정한 법)'이라며 종신고용을 우선시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종신고용을 보호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인다는 정부의 방침은 현실과 어긋나있다고 덧붙였다. 

종신고용제에 반대되는 의미로 쓰이는 개념으로 기업의 상황에 맞게 필요한 인력을 수시로 채용하고 해고하는 스카우트 방식임을 볼 때 설득력 있는 주장이지만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 
요즘같이 창의적이고 효율을 중시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근로자가 부족해 해외에서 인재를 적극 영입하자고 주장하는 게이단렌(일본 경제인 연합)의 의견을 등을 근거로 삼았다.

전문가들은 "과거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관행을 20년 넘게 유지하면서 체계적인 업무프로세스 등 체질개선을 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하며 "비효율적이고 시간 낭비가 많은 회의나 전시용 문서작성, 회식·집단문화, 이유도 없는 야근만 개선하더라도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무시간을 줄이고도 매년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기업(IT기업 SCSK 등)을 예로 들었다.
정시퇴근하면 야근수당 주는 SCSK 나카이도 노부히데 사장. 그는 "야근이 미덕인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초과근무가 월 80시간을 넘으면 산재와 과로사가 많아지는 경향을 고려해 초과근무의 상한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초과근무가 월 80시간을 넘긴 기업에 대해 근로 기준 감독관청이 방문 조사를 벌이도록 하는 제도 역시 마련 중이다.

일본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검토하면서 종신고용 위기론과 이를 반박하는 의견이 각계에서 나오고 있지만 결과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고 예상만 할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된 점은 장시간 근로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과 종신고용에 대한 불안 역시 이를 지키고자 하는 데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