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왜 웃을까. 인간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보통 10분에 7번씩 웃는 것으로 알려진다. ‘왜 웃느냐’고 물으면 대개 농담, 유머 같은 웃기는 이야기를 들어서라고 답한다. 확실한 점은 인간은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있을 때 더 자주 웃으며 농담 때문에 웃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소피 스콧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웃음이 분명한 사회적 감정이라고 단언한다. 스콧 교수는 11일(현지시간) BBC방송에서 "인간은 웃음을 통해 사회적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시킨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웃음은 인간이 소리를 내는 매우 원시적인 방법이다.

사람이 말할 때와 웃을 때의 구강 모습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찍어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웃음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웃을 때는 혀와 턱, 연구개, 입술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웃음은 흉부에서 발생하는 소리인 것이다. 웃음은 또 진화적으로 가장 오래된 뇌 영역에서 관장하는 비언어적인 감정표현이다. 우리는 교통사고나 뇌졸중 등으로 말을 잃은 환자더라도 웃거나 울 수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웃음에 관한 뇌는 여러 영역 가운데 가장 먼저 발달했고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는 영역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다른 동물 종이더라도 웃음과 분노 같은 비언어적인 감정표현은 어느 정도 갖고 있다. 화가 잔뜩 난 인간과 늑대의 얼굴은 비슷하다. 웃음은 말을 못하는 포유류조차 갖고 있는 감정표현이다. 고릴라와 침팬지, 오랑우탄과 같은 영장류는 물론 생쥐 또한 간지럼을 태우면 웃는다.

인간끼리도 웃음은 보편적이다. 언어·문화와는 그닥 상관이 없어 보인다. UCL 연구진은 아프리카 나미비아 힘바족을 연구한 바 있다. 힘바족은 영어를 모르고, 영국과 전혀 다른 문화를 갖고 있었지만 연구진이 웃고 있는지, 화를 내고 있는지는 기가 막히게 알아차렸다. 하지만 환희(triumph)는 달랐다. 영국인은 "우∼"라고 환호성을 지르지만 힘바족은 마치 노래하는 것처럼 "아이∼아이∼아이" 소리를 내며 환호한다. 환희는 웃음과 달리 문화마다 표현 방식이 다른 것이다.

인간은 물론 웬만한 포유류가 갖고 있는 감정표현인 웃음. 왜 웃을까. 스콧 박사는 웃음의 뿌리는 간지럼과 놀이라고 했다. 모든 포유류는 새끼일 때 논다. 인간과 수달, 생쥐, 개와 같은 일부 포유류는 평생 논다. 스콧 교수는 "어쩌면 웃음은 놀이의 가장 중요한 기표로 진화했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 즐겁고, 어느 누구도 다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것만이 이 게임의 전부라는 신호를 보내는 게 바로 웃음"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의사소통(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 데 놀이적인 방식을 이용하는 데 그것이 인간이 웃는 이유라는 것이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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