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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11쯤 스마트폰으로 음주단속 정보를 제공하는 한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했다. 가입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이 앱에 나오는 지도에서 현재 음주단속 장소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단속 정보는 사실일까.
세계일보 취재진이 지도상에 표시된 서울 종로구 소격동과 강남구 개포동의 단속 지점을 직접 찾아가 봤다. 음주단속이 마무리된 소격동에서는 한 음주운전자가 경찰관과 실랑이 중이었고 개포동에서는 단속이 진행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교통 경찰관은 취재진에게 “여기에서 단속 중이라는 게 앱에 나온다고요?”라고 되물으며 “음주단속 앱이 문제긴 문제”라고 말했다.
운전자들이 음주단속 앱을 통해 단속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음주운전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찰은 30분마다 단속 장소를 바꾸는 일명 ‘스팟 단속’(이동식 단속)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바뀐 단속 지점도 얼마 안 가 앱에 노출돼 단속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토로한다.

운전자들이 술을 마신 뒤 단속 정보를 입수하게 되면 과감히 운전대를 잡을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일부 맞는 정보도 있겠지만 거짓 정보도 섞여 있어 이 앱으로는 경찰 단속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음주 후 ‘설마, 괜찮겠지’라는 생각에서 습관적으로 차를 모는 상습 음주운전자들에게 이런 앱은 불감증을 높여 악용될 소지가 더욱 클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해당 앱 서비스 업체가 자발적으로 중지하지 않는 한 이를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 2년 전 국회에서 음주단속 앱을 ‘경찰의 효과적인 현장단속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물’로 특정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모바일 앱 산업 전체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음주단속 앱의 인기는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강화·특별사면 배제 등 최근의 ‘불관용’ 추세와도 맞지 않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음주운전을 줄이려면 ‘발각의 확률’을 높여야 하는데, 이런 앱은 오히려 음주운전을 방조한다”며 “국회나 정부가 나서서 경찰의 음주단속 일시나 장소 등 효과적인 현장단속을 저해하는 정보를 앱이나 네비게이션에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앱 제작사 관계자는 “곳곳에서 이뤄지는 음주단속 정보를 본 이용자들이 앱에 있는 대리운전 서비스를 많이 이용한다”며 “단속 정보 제공 서비스를 중단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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