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장 눈에 띄게 증가한 감염병을 꼽자면 단연 A형간염이다. 올해 A형간염 환자는 3363명(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지난해 전체 감염자 수(1804명)의 두 배에 육박한다. 홍역(45명)과 성홍열(7722명), 레지오넬라증(77명), 뎅기열(314명), 라임병(25명) 환자도 지난해와 비교해 많게는 7배까지 늘었다. 가을철 감염병인 쓰쓰가무시증(959명)과 신증후군출혈열(244명), 렙토스피라증(59명)은 올 들어 계절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환자 수가 두 배에 달한다.
이동규 고신대 교수(보건환경학)는 “대사활동이란 기본적으로 화학반응이고, 화학반응은 온도가 올라갈수록 활발해진다”며 “모기의 경우 외부온도가 올라가면 성장속도가 빨라져 개체수가 늘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심증을 굳히기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일례로 올여름은 역대 가장 더웠지만, 모기 서식지인 물 웅덩이까지 무더위에 말라버려 모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줄었다. 모기보다 생장주기가 긴 진드기나 쥐는 더더욱 온난화와 바로 연관짓기 어렵다.
국내외 출입이 자유로운 환경도 무시할 수 없는 감염병 확산 요인이다. 뎅기열이나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는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고, 이집트숲모기의 사촌 격인 흰줄숲모기는 우리나라에 살지만 그 수도 적고 바이러스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관련 환자가 나오는 것은 외국에서 균에 감염돼 입국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생활환경이 확 달라진 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이인용 연세대 열대의학연구소 박사는 “6·25전쟁으로 산림이 망가진 탓에 1960년대까지는 참진드기나 털진드기가 살 곳이 없었는데 산에 나무가 많아지고, 특히 최근 들어 레저활동 등으로 산이나 풀숲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진드기 접촉률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1960년 이후 우리나라 감염병 발생 추이는 ‘U자 형’을 그린다. 1960년대 인구 10만명당 143.4명까지 찍었던 감염 환자는 위생 상태가 개선되고 방역 체계가 잡히면서 1980∼1990년대 20명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나 1998년 이후 홍역과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이 주기적으로 유행을 하더니 말라리아의 재출현, 쓰쓰가무시증의 지속적인 증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의 대유행 등이 잇따르며 감염병 환자가 다시 치솟았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메르스처럼 생소했던 감염병이 법정감염병으로 추가 지정돼 전수감시 대상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감염병과의 전쟁은 지금부터다.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 교수는 “사람 간 교류가 많아지고, 예전에는 모르고 넘어갔던 병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아지면서 앞으로 감염병 환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연구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5월부터 연구전략기획 태스크포스(TF)를, 최근에는 미래감염병대응 TF를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개별부서에 흩어져 있던 연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인데 연구전략 TF는 5명, 미래감염병 TF는 현재 단장과 연구관 두 명이 전부다.
메르스 사태 이후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질책이 쏟아지자 정부는 질병관리본부에 예산·인사권을 일부 넘겼지만 실질적인 독립은 여전히 멀었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는 “본부장이 차관급으로 올라가고 예산·인사권이 있다고 해도 보건복지부 지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의료계 출신이 아닌 비전문가가 책임자로 있는 등의 문제는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186명 감염, 38명 사망, 치명률 20.4%.’
지난해 우리나라를 휩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안겨 준 ‘아픈’ 기록이다. 백신도 치료약도 없는 이 신종 감염병 앞에 온 국민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올 들어 아직 메르스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언제 해외 신종감염병이 우리나라를 덮칠지 모를 일이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해외 감염병 중에는 웨스트나일바이러스가 있다. 1938년 우간다의 웨스트 나일 지역에서 발견돼 아프리카 풍토병에 그쳤던 이 감염병은 1999년 미국으로 넘어온 뒤 3년 만에 미국 39개 주로 번졌다. 전문가들이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에 신경 쓰는 이유는 국내로 들어올 경우 토착화할 가능성이 커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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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조류 인플루엔자도 신경 쓰이는 감염병이다.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 교수는 지금까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는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08년 동남아에서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린 환자가 확인됐다. 김 교수는 “아직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람 사이에 옮겨다니는 상황은 아니지만, 머잖아 사람 사이에 대유행하게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에볼라나 그와 비슷한 라사열도 요주의 감염병이다. 다만 항생제에 맞서 나날이 강해지는 박테리아와 달리 감염병은 치료약이 나오면 정복할 수 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김연재 교수는 “박테리아는 강력한 항생제가 개발되면 같이 진화를 거듭해 내성을 키우고 강해지지만 감염병은 그렇지 않다”며 “신종 감염병이 두려운 이유는 치료법이 없는데도 빠르게 전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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