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간의 추석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극장업계 역시 대목을 맞을 채비로 분주하다.
올해 추석 극장가는 3인의 충무로 흥행킹, 송강호·이병헌·차승원의 일명 '아재'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송강호·공유 주연의 '밀정'(감독 김지운)과 차승원 주연의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이 선보이고, 일주일 뒤인 14일에는 이병헌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매그니피센트 7'(감독 안톤 후쿠아)가 개봉한다.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호평세례를 받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밀정'은 1920년대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 숨 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작품.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의 네 번째 협업, 그리고 송강호와 공유의 첫 번째 만남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송강호는 이 작품에서 임시정부 통역으로 일하다 일본 경찰이 된 '이정출'로 분해, 의열단장 정채산(이병헌)으로부터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받은 뒤 정체성이 흔들리는 입체적인 인물을 연기해 개봉 전부터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밀정의 시나리오는 '회색빛'이었다. 혼란과 혼돈의 시기, 이정출처럼 가치관과 정체성이 흔들리는 인물들이 존재했을 것이고, 그런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면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앞서 '살인의 추억' '괴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사도' 등 수많은 작품에서 한계 없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명실상부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의 스크린 복귀를 기다리는 영화팬들이 많다.
'밀정'에는 배우 이병헌이 특별출연해 '놈놈놈'에서 함께 호흡 맞춘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를 응원했으며, 이 영화는 7일 개봉작 중 단연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강우석 감독의 뚝심과 차승원의 연기력이 어우러져 탄생한 웰메이드 사극영화로, 조선 고지도 중 가장 크고 정확한 대동여지도를 완성한 고산자 김정호 선생의 삶을 우직하게 그려냈다.
모델 출신으로 연예계 대표 패셔니스타인 차승원은 남루한 선비 복장을 한 채 백두산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감독, 제작진과 함께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절경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그는 박범신 작가의 '고산자'(문학동네, 2009)를 원작으로 한 시나리오를 읽고 '한 번쯤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그는 "소설만 봐도 무척 어두운 분위기의 이야기를, 빛나는 위트로 승화해낸 시나리오가 매력적이었다. 또한 장르가 밝아지면 인물도 가벼워 보이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그렇지가 않다. 그런 언밸런스한 부분들이 팔딱팔딱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김정호의 업적보다는 삶 자체에 초점을 맞춰 남녀노소 관객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강우석 감독의 능숙한 연출력이 빛을 발한 작품으로, 7일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그런가 하면, 이병헌이 참여한 '매그니피센트 7'은 존 스터지스 감독의 '황야의 7인'(1964)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벤허'(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프)와 함께 추석 극장가를 진한 향수로 물들일 예정이다.
19세기 말, 미국 개척기를 배경으로 현상금 사냥꾼인 '샘 치좀'(덴젤 워싱턴)이 7명의 멤버를 모아 악당을 응징하는 이야기를 그린 웨스턴 액션 영화. 이병헌은 황야의 7인 중 한 명인 칼잡이 암살자 '빌리 록스'로 분해, 할리우드 진출 이후 첫 선한 역할을 소화했다.
'매그니피센트 7'은 덴젤 워싱턴과 이병헌 외에 크리스 프랫, 에단 호크, 빈센트 도노프리오, 헤일리 베넷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며, 1960년대 고전을 현대에 맞게 스크린에 옮겨와 웨스턴 액션 특유의 묘미에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더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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