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EBS 홈페이지의 ‘2017학년도 수능특강 스페인어Ⅰ PDF 제본 교재 리콜 실시’ 게시글을 보면 해당 교재에서는 겉표지에는 이상이 없으나 속표지에는 ‘2016 수능 대비’라고 쓰여있고 본문에는 지난해 교재 내용 일부가 그대로 포함돼 있는 등의 오류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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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가 발견된 ‘2017학년도 수능특강 스페인어Ⅰ’ PDF 제본 교재. EBS 홈페이지 캡쳐 |
EBS 수능특강은 수능에 70%가 연계되는 교재로,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해당 교재로 공부한 수험생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었다. EBSi의 PDF 파일을 제본해 만든 이 교재는 1쇄와 2쇄에서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지난 5월 2일부터 시중에 유통된 3쇄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이 교재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총 75권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EBS는 현재 해당 교재를 전량 리콜 완료했다고 밝혔다.
시중유통으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지난달 9일 EBS는 홈페이지에 관련 글을 게시하고 리콜을 시작했다. 그러나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 일부 서점들에 따르면 리콜과정에서 EBS가 각 서점에 해당 교재를 사간 고객의 이름과 연락처, 주소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라고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점 관계자는 “EBS에 고객의 동의를 받아야 하니 기다려달라고 했으나 ‘급하다, 어서 알려달라’고 했다”며 “이후 총판까지 동원해 압력을 넣어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이 고객 정보를 EBS에 넘겨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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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홈페이지(http://www.ebsi.co.kr)에 게시된 리콜 실시 안내문. EBS 홈페이지 캡쳐 |
서점 입장에서는 책 도매상인 총판과 관계가 틀어질 경우 책을 늦게 받아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어 총판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또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때는 이용 목적 등을 정보주체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EBS는 ‘급하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한 채 불법적인 개인정보 제공을 강요한 셈이다.
서점 관계자는 또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리콜 공지를 하면 더 빨리 처리할 수 있을텐데 왜 교재 구매자와 개별접촉을 하냐고 묻자 ‘언론에서 공격당할 수 있으니 이렇게 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리콜을 할 때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언론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데, EBS의 이번 대응방식은 이와 대비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EBS 교재의 내용 오류와 오탈자가 216건에 달한 사실이 지적받는 등 여론의 뭇매를 맞자 리콜 사실을 알리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EBS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서점과 달리 시중 서점에서 해당 교재를 사간 고객은 파악하기가 어려운데, 수험생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총판과 서점의 협조를 통해 해당 교재 구매자를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서점들이 불편함을 느낀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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