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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CCTV 있어도 불안··· '범죄 사각' 등산로가 위험하다

입력 : 2016-09-04 21:02:06 수정 : 2016-09-04 21: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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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살인’ 100일 방범 점검
올해 5∼6월 수락산과 사패산에서 나홀로 등산을 즐기던 중년 여성을 상대로 한 강도살인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이른바 ‘마운틴 포비아’(mountain phobia·등산 공포를 뜻하는 신조어)가 확산됐다. 하지만 9월로 접어들면서 가을 정취를 느끼려는 등산객이 다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일 서울 노원구 수락산 초입에도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수락산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 100일을 나흘 앞두고 관내 수락산 등산로 점검에 나선 경찰과 동행해 범죄 취약 지역을 살펴봤다.

서울 수락산에서 등산객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 100일을 나흘 앞둔 지난 1일 수락산 등산로 점검에 나선 서울 노원경찰서 범죄예방진단팀(CPO) 박성수(사진 왼쪽) 경장과 본지 기자가 폐쇄회로(CC)TV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등산로 방범 역시 쉽지 않아”

“사각지대가 없는 산은 없어요.”

지난 1일 수락산에서 폐쇄회로(CC)TV와 긴급 상황에 대비한 진입로·대피 동선 등을 살펴보던 서울 노원경찰서 범죄예방진단팀(CPO)의 박성수 경장은 이같이 잘라 말했다. 수락산처럼 지정된 등산로나 산책로 외에도 샛길이 많은 산의 경우 범죄 사각지대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 경장은 등산로 진입에 앞서 CCTV 13대의 위치를 담은 지도를 살피며 사각지대가 발생할 만한 곳을 하나씩 짚어갔다. 13대는 모두 등산로 입구에 설치돼 있다. 그는 “산은 워낙 넓고 전기 배선 등 문제로 CCTV 설치가 제한되는 곳이 많다”며 “그런 점에서 등산로 입구 점검은 매우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건 당시 경찰은 산 진입로 곳곳에 산재한 사각지대 탓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피의자 김학봉(61)이 경찰에 자수하기 전에는 용의자 특정조차 쉽지 않았던 이유다. 이후 경찰은 진입로 13개 지점을 ‘반드시 CCTV 설치’(7개)와 ‘가능하면 CCTV 설치’(6개) 장소로 분류하고 노원구에 이를 요청했다. 노원구도 “예산을 확보하는대로 CCTV 13대를 새로 설치하겠다”고 답했다.

일선 경찰은 등산로 방범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소수의 경찰 인력이 광활한 산 전역을 살피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 서울의 한 지구대 관계자는 “등산로에서 들어오는 신고가 많지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 112 긴급 신고를 처리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등산로 순찰하는 데 인력을 빼면 범죄 발생이 훨씬 잦은 주택가 치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CCTV, 만능 아니지만 적재적소에 있어야”

이에 따라 CCTV의 설치∙운영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산림청이 최근 250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조사해 취합한 ‘등산로 CCTV 설치·운영 현황’을 입수·분석한 결과 6월 말 기준으로 등산로 입구나 등산로변, 산 정상 등에 운영 중인 CCTV는 총 493대로 집계됐다.

이 중 361대(전체의 73.23%)는 서울 관악구 관악산 등산로(41대)와 서대문구 안산 등산로(40대) 등 서울 시내 등산로에 집중돼 있다. 이렇다 보니 CCTV가 단 한 대도 설치되지 않은 산이 전국 곳곳에 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매년 꾸준한 점을 감안하면 등산로 등의 CCTV 확충은 더욱 시급한 문제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국 산야에서 발생한 범죄는 연평균 8661건에 달하고 살인 등 강력범죄만 해도 매년 100건 안팎이 발생한다.

CCTV는 범죄 예방과 사건 수사는 물론,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기종의 경우 현행범 체포에도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자체별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모니터링 요원과 경찰이 CCTV로 범죄 현장을 목격, 곧바로 범인을 붙잡은 경우만 올 상반기 1만1317건이다. 이미 2014년 한 해 건수(2095건)의 5배가 넘는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국 CCTV 총 17만여대의 절반 이상이 인상착의를 구별할 수 있는 고화질로 교체되는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경찰은 지난 6∼8월 여성안전 특별치안대책을 추진하면서 지역별 CPO가 등산로를 점검하고 ‘스마트 국민 제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범죄 취약지에 대한 신고를 받으면서 지자체와 함께 CCTV나 비상벨, 보안등 확충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CCTV가 만능은 아니지만 적재적소에 있을 필요가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동국대 곽대경 교수(경찰행정학)는 “등산로 입구에만 CCTV를 설치해도 사건 수사는 물론 잠재적 범죄자의 범죄 심리를 억제하는 데 꽤 도움이 된다”고 전제하고 “다만 CCTV 사각지대를 파악해내는 범죄자들이 있고 등산객의 인권 침해 소지 등의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비용 대비 효과를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등산객들의 주의도 필요하다. 산림청 관계자는 “노약자와 어린이, 여성은 가능한 한 나홀로 산행을 자제하고, 지정된 등산로가 아닌 곳에 가지 않는 등 산행 안전 수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영·이창수 기자 jyp@segye.com

◇ 인터랙티브 지도 설명 / 세계일보가 최근 산림청이 전국 250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조사해 취합한 ‘등산로 CCTV 설치·운영 현황’을 인터랙티브 지도로 제작했습니다. 사진을 클릭하셔서 산림청이 파악한 국내 등산로 CCTV 현황을 한눈에 확인해 보세요.



지도 링크 / https://www.google.com/maps/d/viewer?mid=1tDDirv7SfqkhXsnT2gyWs7U_J8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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