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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세이] 우뇌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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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1 20:33:01 수정 : 2017-02-10 15: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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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서 누구나 ‘혹시 내가 건망증이 아닌가’라고 고민해본 경험이 있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을 깜박하고 놓친다거나, 평소에는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것들이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는다거나. 내 경우에는 사람 이름이 그랬다. 머릿속에서 가물가물 맴돌기만 하고 떠오르지 않아 얼마나 조바심이 나고 답답한지. 이런 증상은 나이와 더불어 우리 뇌의 기능이 점점 퇴화하면서 기억력이 서서히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미국 미시간대 로런츠 교수 팀은 젊은 사람들과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기억력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를 수행했다. 예컨대 컴퓨터 화면 위로 사과, 포도, 수박, 참외를 표시한다. 몇 초 후 ‘포도’라는 단어가 나오면, 조금 전에 있었던 단어이므로 1번이라고 답한다. 만약 ‘딸기’가 나오면, 없었던 단어이므로 2번이라고 답하면 된다. 

윤철호 선문대 교수·산업경영공학
결과는 예측한 대로 젊은 사람들의 기억력이 시니어들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들은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기억력이 낮은 그룹, 또 하나는 젊은 사람들처럼 기억력이 우수한 그룹. 실험하는 동안 사람들에게 뇌의 활동성을 측정하는 장치를 부착해서 영상을 분석했다. 그랬더니 젊은 사람들과 기억력이 낮은 시니어 그룹은 좌뇌의 전두엽이 활성화됐다.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좌뇌의 전두엽을 이용해야 하므로 이는 당연했다. 반면 기억력이 우수한 시니어 그룹은 좌뇌만 활성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뇌도 활성화됐다. 즉, 나이 들어도 기억력이 우수한 시니어들은 노화에 따른 뇌 기능의 저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평소에 사용하지 않은 우뇌를 이용해 과제를 수행하는 유연성을 보여주었다.

인간의 뇌는 노화로 인해 점점 뇌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고 연결성도 나빠진다. 이것은 숙명이다. 그러나 시니어들은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유연하게, 능동적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나이 들어가는 우리의 뇌가 보여주는 놀라운 기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숙연한 마음이 든다. 
지금까지 우리는 시니어들을 점점 약해지고 무능력해지는 그런 존재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미시간대의 연구 결과는 시니어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유연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더 나아가 많은 시니어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할 뿐 아니라 사고력, 판단력, 문제해결능력도 유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커다란 화두이다. 젊은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시니어들이 늘어나는 사회에서 큰 걱정거리는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당장이야 청년실업, 중장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마당에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말이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인구변화 추세라면 앞으로 10∼20년 후, 우리나라의 노동인력은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시니어들이 가능한 한 계속 더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런 상황에서 정해진 나이만으로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현재의 정년 시스템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다행인 것은 요즘 시니어들은 과거에 비해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 시니어들은 세상을 살아오면서 귀중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했다. 게다가 우뇌가 보여주는 시니어들의 높은 적응력과 유연함이 힘을 보탠다면 우리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일할 수 있는,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윤철호 선문대 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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