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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아들 군대 보내는 심정 이해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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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31 20:55:38 수정 : 2017-02-07 11: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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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로 알았는데… 부모 마음 알게 돼 / 전쟁 없는 세상 위해 실천할 길 찾을 것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우리 집 큰아들이 군에 입대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뉴스를 들을 때마다 요즘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적도 없다. 큰애는 이중국적이라 편한 길을 택할 수도 있었는데 “남자라면 군대에 가야 한다”며 굳이 집을 떠났다.

인생에서 한창이라 할 젊은 시절에 21개월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나라를 위해 바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부모 앞에서는 끝까지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기특해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군대에 보내는 지인들 가족이나 다른 부모의 얘기는 전에도 많이 듣고 지나쳤는데, 나에게 현실로 닥치고 보니 한국 부모들의 마음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면서 전쟁이 없는 나라, 평화로운 세상을 바라는 마음이 더욱더 간절해졌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나는 한국인 남편을 따라 20년 넘게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 주부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거리 곳곳에서 군인들을 마주치며 놀라곤 했다. 일본에서는 군인들이 한정된 장소에 있고 거리에서 거의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만 해도 지금 당장 전쟁이 시작하는 것 같은 두려움과 무서운 마음이 생기면서 어떻게 여기서 살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다. 지금은 또 한국에서는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휴전 중이라 언제 다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상태여서 갓 입대한 아들이 더 걱정스럽기도 하다.

전쟁의 비참함은 요즘 일본에서도 생생한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70년 넘은 지금 “우리는 언제까지 전후(戰後)라는 말을 쓸 것인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또 전쟁 때 경험했던 힘들고 마음 아픈 일들에 대해 이제야 입을 열기 시작한 사람들을 언론에서 다루고 있다. 15세 안팎의 소년소녀였던 그들은 당시 전쟁을 통해 겪었던 현실을 누구한테도 말 못하고 가슴에 안은 채 살아왔다. 나이가 80살 넘어 지금 말을 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소원은 자신들이 겪은 전쟁이 가져온 비참함을 미래가 있는 젊은이에게는 절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일본 제국주의는 한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가에 큰 피해를 입혔다. 그 대가로 원자폭탄을 2개나 맞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일본인들이 받는 것으로 전쟁을 잠재웠다. 전쟁은 이처럼 일단 시작하면 끝장을 볼 때까지 멈추지 않는 무서운 괴물이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게 공포를 주는 북한은 원래 하나의 민족이고 같은 동포이자 이웃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나라다. 북한이 군사력에 쏟는 힘을 평화를 만들기 위한 힘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인간은 스스로 멸망시킬 수 있는 핵이라는 무기를 만들어 버렸다. 핵의 위험 속에 노출돼 있는 한 평화는 하늘에서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오지 않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아들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지금 세계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노력하고 싶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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