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에서도 ‘거미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2013~14시즌 통합우승에 기여한 이선규는 3년이 흐른 뒤 FA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이번엔 스스로 결정해 KB손해보험과 1년 3억5000만원의 좋은 조건에 계약을 맺었다. 이선규는 “FA 협상 기간 내내 정말 많이 고민했다. 그간의 선수생활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됐고, 미래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이번이 마지막 FA자격 행사일 것만 같아서 시장에 나가보고 싶은 것도 있었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준 KB손해보험에 감사하다”면서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의든, 타의에 의한 이적이든 열심히 해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은 똑같다”고 이적 당시를 회상했다.
팀 적응엔 문제가 없었다. 현대캐피탈 시절 동고동락했던 세터 권영민이 있는데다 팀의 간판인 김요한과 센터 파트너 하현용과는 대표팀에서 호흡을 많이 맞췄기 때문. 팀 내 서열 두 번째인 이선규는 고참으로서 기량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단다. 그는 “후배들에게 프로선수로서 배구를 대하는 자세나 절실함, 희생, 헌신에 대해 많이 얘기해주고 있다. 현대캐피탈이나 삼성화재에서 배운 생활습관이나 몸관리 요령 등 새 문화를 전파하는 것도 내 역할”이라면서 “삼성화재로 이적한 뒤 (고)희진이형에게 그런 점들을 많이 배웠는데, 이제는 나도 그 역할을 하며 팀이 바뀌는 데 한 몫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 프로배구의 대표적인 천적관계가 바로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이다. 63승8패로 현대캐피탈의 압도적 우위다. 현대캐피탈의 홈인 천안에선 무려 29승2패다. 이선규로선 현대캐피탈 시절 참 많이도 이겼던 KB손해보험의 유니폼을 입게 된 셈이다. 상대팀으로 바라본 KB손해보험과 직접 팀의 일원이 된 KB손해보험은 어떻게 다를까. 이선규는 “팀 분위기가 다소 나태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정말 기우였다”면서 “운동량도 정말 많고, 선수단 전체가 부지런하고 소통도 잘된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고참 선수들도 열외 없이 어린 선수들과 똑같이 체력 운동을 소화하더라. 그래서 올 시즌엔 체력 문제는 전혀 없을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어 "요한이도 대표팀에서 그렇게 밝진 않았는데, 여기 와보니 중고참으로서 최고참급 선수들과 아랫 연차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잘 하고 있고, 밝은 모습을 보여 처음에 놀랐다. 비슷한 또래인 (문)성민이나 (한)선수, (유)광우, (박)철우 등은 다 챔프전 우승이나 챔프전 경험을 해봤는데, 요한이만 그렇지 못했다. 요한이가 무지 열심히 한다. 분명 올해는 다를 것이다"라고 팀 후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통산 864개의 블로킹을 기록 중인 이선규는 통산 첫 1000블로킹 돌파에도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달성한다면 무지 영광스러울 것 같다. 은퇴 전에 반드시 채우고 싶다”면서 “언제까지 배구해야겠다고 딱히 정해놓지 않았지만, 마흔까지도 하고 싶다. 어릴 땐 몰랐는데, 베테랑이 되어보니 배구가 더욱 간절하고 절실하다. 식습관부터 생활습관까지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11시즌 이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고 있는 KB손해보험. 그 ‘흑역사’를 깨기 위해 이선규를 전격 영입한 만큼 이선규 본인도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선수단 전체가 다소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있다. 이런 마인드를 바꾸기 위해 더 많이 파이팅을 외치고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그렇다보면 자연히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요?”
시즈오카(일본)=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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