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 방송에 따르면 니더작센주 오스나브뤼크에 있는 조피 숄 야간학교에 다니는 한 무슬림 여학생은 이슬람식 의상을 입도록 허용해달라고 학교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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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캅 입은 무슬림 여성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에 불복한 학생은 학교 결정을 무효로 해달라고 오스나브뤼크 행정법원에 지난 19일 소송을 냈고 법원 측은 학생의 수업 결손을 막는다며 주말에 신속히 심리를 진행한 끝에 이날 이 학생의 청구를 기각했다.
학교 측은 니캅 착용을 불허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해당 학생을 제대로 식별할 수 없어 대리 시험, 대리 출석 등 부정행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수업마다 여성 교직원이 신원을 확인하면 된다는 학생의 요구를 학교는 거부했다.
또 하나는 교육에는 개방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하며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 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성명에서 "개방적인 의사소통이란 소리 내어 하는 말뿐이 아니라 비언어적 요소와 보디랭귀지에도 바탕을 둔다"며 "그런 의사소통을 용이하게 하려면 학생의 얼굴이 드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소송을 낸 학생에게 직접 법원에 출두하도록 명령했지만, 이 학생은 언론의 관심을 이유로 거부했다.
이 학생은 독일 국적자이며 미성년자가 아닌 18세 이상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조피 숄 학교와 같은 야간학교들은 10대 시절에 학업을 마치지 못한 성인들이 주로 다니는 곳이다.
이번 판결은 독일 사회에서 무슬림 의상 금지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나왔다.
독일에는 축구장에서 얼굴에 복면을 쓰는 행위 등 극히 작은 예외를 빼면 복장에 제한을 두는 법률이 없지만, 집권 기독민주당의 보수 자매당인 기독사회당 소속 주정부 내무장관들은 눈 부위까지 망사로 가리는 부르카, 눈만 내놓는 니캅과 같은 의상을 공공장소에서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독일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만큼 부르카·니캅 금지 입법화는 불가능하다고 법조계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교내 부르카·니캅 착용 금지가 옳지 않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한 교사는 DW에 "수업 참여가 좀 더 어렵기는 하겠지만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라며 "니캅을 입어 의사소통 문제로 성적이 저조하다면, 나라면 이를 상쇄할 보너스 점수를 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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