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마이케 저수지는 콘크리트 댐이 아닌, 백제에서부터 전해진 부엽공법을 통해 만들어진 흙벽을 두르고 있는 커다란 호수라 할 수 있다. 저수지를 둘러싼 산책로를 따라가면 저수지 물과 수평을 이루는 박물관 입구가 나타난다. 그제서야 푸른색 박물관 콘크리트 박스 건물이 신기하게도 반쯤 가려진 채로 얼굴을 내민다. 마치 물속에 얼굴을 묻은 모습이다.
약간 아래로 경사진 입구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얕게 깔린 물 위로 오사카의 하늘과 푸른색 콘크리트 박스가 비친 모습이 신비롭다. 그 아래 공간으로 내려가면 높은 벽을 타고 물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물줄기 사이론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마치 어릴 적 영화에서나 보던 폭포 뒤에 숨겨진 비밀의 공간에 들어온 느낌이다.
계속 경사진 통로에 이끌리다 보면 저수지 깊숙한 곳에 다다랐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 끝에 이르게 되면 하늘로 솟구친 콜로세움과도 같은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는 물도 바람도 없는 오로지 빛만 존재하는 공간이다. 벽엔 빛이 만드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화폭을 만들고 있다. 이른바 ‘벽 캔버스’다. 화가는 높은 벽 위로 빼꼼 머리를 내민 한 그루의 나무다. 꽉 막힌 콘크리트 공간에 숨통을 터주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예술은 그런 한 그루의 나무일지 모른다.
벽을 따라 박물관에 들어서면 천장을 찌를 듯한 30m 높이의 흙벽이 나타난다. 오랜 세월이 거기에 켜켜이 쌓여 있다. 박물관 건축이 흙벽을 담는 상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간과 세월마저 예술이 되는 풍경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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