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평이 게재되자마자 인권단체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애보리진들이 들고 일어섰다. 이들은 "추하고, 모욕적이며, 황당한 만평"이라며 작가와 신문사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오스트랠리언 편집장은 "논란의 애보리진 이슈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적절한 만평"이라고 옹호했다.

호주 애버리진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시태그 ‘원주민아버지들’(#IndigenousDads)을 달고 백인들의 차별과 편견을 딛고 자신들의 전통과 가치를 지켜나가겠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올리고 있다.

호주 유명 TV 제작자인 라이언 그리핀은 트위터에 아들과 함께 있는 사진을 올리며 "원주민아버지들 운동은 호주에서 애보리진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라며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 애보리진들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호주 국영 ABC방송이 노던테리토리(NT) 한 소년원에서 교도관들이 애보리진 수감자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학대와 고문을 벌였다는 사실을 고발해 호주 전역에 인권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던 와중에 나왔다. ABC가 지난달 25일 보도한 영상에는 교도관들이 수감자 머리에 흰 두건을 씌운 뒤 의자에 결박해 놓거나 최루가스가 가득한 독방에 가두거나 최루액을 발사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호주인권위원회 길리언 트리그스 대표는 "영상에 나타난 소년원 인권 상태는 호주 망명신청자 수용센터 상황보다 훨씬 열악했다"고 개탄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도 ABC 보도 후 "큰 충격을 받았다"며 "내년 초까지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이 완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ABC의 이번 고발영상은 2014년 애보리진 수감률에 대한 탐사보도에 이은 것이다. ABC는 당시 애보리진 수감률이 애보리진이 아닌 호주인의 15배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특히 애보리진 청소년의 구금률은 비애보리진 청소년에 비해 24배 높았고, 애보리진의 수감률은 지난 5년간 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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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우체국 앞에 서 있는 애보리진들. |
영국계 백인들이 호주로 이주한 1788년 이전부터 이곳에 거주해온 애보리진은 수세기에 걸친 백인 정권의 백호주의(백인우선정책)와 원주민 분리·말살, 자녀 재교육화 정책 등 차별과 박해로 공동체가 파괴되면서 호주 사회의 최하층을 형성하며 높은 실업률과 자살률, 범죄율 등에 시달리고 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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