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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자유학기제 시행 2.5년… 현주소는

입력 : 2016-08-07 19:18:47 수정 : 2016-08-07 19: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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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시험서 해방… 참여형 수업 ‘성공적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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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적을수록 더 많이 배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정책분석가이자 핀란드 헬싱키대학 교수인 파시 살베르그가 교육개혁의 우수모델로 꼽히는 국가인 핀란드를 두고 ‘핀란드의 역설’이라며 한 말이다. 시험을 없애면 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해온 학부모들에게 자유학기제의 필요성을 설득해온 끝에 우리나라에서도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 첫해도 후반기에 접어들고 있다. ‘시험을 없애고 더 많이 가르친다’는 실험이 전국 중학교 교실에서 한창이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교육부 주최 ‘자유학기제 수업콘서트’에서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이 다양한 수업자료집과 수업사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교사에게 자율성 줬더니 희망학교 줄이어… 현장 ‘조기 안착’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토론이나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을 개선하고, 진로탐색 활동 등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다.

자유학기제 기간 학생들은 1∼4교시 또는 5교시까지는 국어와 영어, 수학 등 정규 교과수업을 한다. 5∼7교시에 진로탐색 활동과 주제선택 활동, 동아리, 예술·체육활동을 한다. 1∼4교시 교과수업시간에도 수업 방식을 학생의 토론이나 활동 중심으로 진행한다. 수업방식은 각 교사가 연구, 개발해 각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없고, 학생의 활동 과정 중심으로 교사가 학교생활기록부에 점수나 등급이 아닌 서술형 기록을 남긴다.

일주일 주기로 보면 학생들은 한 주 동안 교과수업 20∼22시간, 진로탐색 동아리 등 활동 11∼13시간을 하게 된다. 전체 학교생활 3분의 1이 교과목 수업이 아닌, 진로탐색이나 동아리 등의 활동수업인 셈이다.

학생이 꿈과 재능을 찾을 수 있도록 자기성찰의 계기를 주고, 창의성과 인성, 자기주도학습능력 등 미래 핵심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목적이다. 초등학교에서 진로 인식-중학교에서 진로 탐색-고등학교에서 진로 준비 및 설계를 할 수 있게 하자는 구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3년부터 시범실시된 자유학기제 초기에는 각종 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교사가 수업 개선을 연구하고, ‘손이 많이 가는’ 수업 준비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학부모들 역시 ‘시험을 없애면 아이들이 공부를 할까’, ‘결국 따로 ‘국 영 수’ 등 공부를 더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우려를 제기했다. 중학교 3년간 치르는 12번의 시험 중 2번을 없애는 것이지만 경쟁적인 학교 분위기 속에서 제도가 안착할 수 있을지, 내실있는 수업이 될지 의구심도 나왔다.

하지만 시범시행 첫해를 보낸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 교육부가 애초 계획한 시행 학교보다 많은 학교가 자유학기제 시행학교가 되겠다고 신청했다. 교육부는 2014년 600개교 시행을 준비했지만 희망학교가 많아 811개교에서 시행했다. 이듬해 1500개교에서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2551개교가 참여했다. 2016년 전국 3213개 모든 중학교에서 전면 시행되기까지 공감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됐다.

예혜란 교육부 공교육진흥과장은 “교사가 반대를 했다면 이렇게 신청 학교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교사에게 수업 자율성을 부여했더니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가 ‘그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못했던 걸 해보자’, ‘이거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많이 퍼져나갔다”고 말했다.

또 “실제 수업이 변하고 학생들이 변하는 걸 보면서 효과도 입소문을 탔고, 보람을 느낀 교사들 사이에서 ‘내가 이래서 교사를 했지’ 싶은 마음이 살아난 거다. ‘해보자’는 마인드가 빠르게 공유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체험학습을 하고있는 학생들
◆학교 만족도 높아져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실시한 만족도조사에서 학교 구성원의 만족도 상승이 확인됐다. 지난해 2학기 조사된 학생의 학교생활만족도를 0∼5점 구간에서 나타낸 결과, 일반학교의 경우 3.69로 나타났지만 자유학기제 학교의 경우 4.04로 나타났다. 학부모의 공교육 신뢰도는 일반학교가 3.91, 자유학기제학교가 4.09였다. 교사의 학교만족도는 일반학교의 경우 3.93, 자유학기제의 경우 4.22로 나타났다. 학생, 교사, 학부모 순으로 만족도 차이가 컸다.

한국교육개발원 설문에서도 교사의 81.1%가 자유학기제 운영으로 학생의 자기표현력이 향상됐다고 응답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 신상중학교의 경우, 자유학기제 실시 이후 기초학력 부진 학생 비율이 4%에서 2%로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다. 신상중의 경우 1학년 1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고 2학기에 기존 교육으로 전환하자 주입식 방식에 학생의 흥미가 급격히 떨어져 타 학기, 타 학년에도 자유학기제 수업방식을 부분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사교육참여 감소효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교육부의 자유학기제 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시행한 연구학교에서 기존보다 국어 2.7%포인트, 영어 1.5%포인트, 수학 1%포인트가 각각 감소됐다. 2015년 2학기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및 희망학교에서 국어 3.4%포인트, 영어 1%포인트, 수학 0.9%포인트가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자율성 확대, 교사지원… 과제도 제기

학교 현장의 관심도가 높은 만큼 다양한 개선 방안도 제기된다.

거제장평중학교의 박순철 교사는 “중학교 2학년이 가장 다루기 힘든 시기인데, 자유학기제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평가제도방식이 잘 맞아떨어질 수 있다”며 “1학년은 시기상조인 듯하고 2학년 때 활성화할 수 있도록 장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는 1학년 1학기, 1학년 2학기, 2학년 1학기 중 학교별로 한 학기를 선택해 운영하도록 하고 있지만, 1학년 2학기에 3157개교가 진행할 정도로 압도적 다수가 1학년 때 진행한다.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자칫 시험을 없애는 자유학기제가 학력을 낮출지 모른다는 노파심에 학교장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높은 학년 때 자유학기제 진행을 꺼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전지역 한 중학교 교사는 “교사 1명이 교과수업과 진로수업, 동아리수업을 맡아 수업마다 커리큘럼을 짜서 한꺼번에 수행을 해야 하니 부담이 큰데, 교사수와 학생수는 그대로”라며 “교사당 학생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강미진 충북 진천중학교 교사는 “자유학기제의 목적이 수업개선과 평가개선인데, 교사의 여력이 아주 많이 요구되는 작업”이라며 “현실의 교사는 업무가 많아 바쁘니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사는 “그래야 수업연구에 쓸 시간이 생기고 집중할 수 있어 본래 자유학기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자유학기제란?= 학생들이 중학교 한 학기 동안만이라도 시험부담 없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는 진로탐색 기회를 갖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정책. 해당 기간 학생들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지필시험을 치르지 않고 고교 입시에도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대신 2회 이상 종일 체험활동을 실시하고 진로탐색이나 동아리 활동, 예술이나 체육활동, 선택 프로그램 활동 등을 진행한다. 학생들의 활동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점수 대신 서술형으로 기재된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시험의 압박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연계해 진로활동을 하는 등 폭넓은 학습경험을 갖게 하자는 취지로 운영된다는 점이 비슷하다. 일반 교사 외에 학교별로 자유학기제 전담 코디네이터를 배치한다는 점, 정규교육과정 외에 추가로 1년간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교육부가 2013년 4월 전국 42개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일부 학교를 대상으로 첫 시행한 뒤, 올해 전국 모든 중학교로 전면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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