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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빅브러더 경고 ‘제이슨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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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04 22:22:12 수정 : 2016-08-04 22: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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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이 ‘제이슨 본’으로 다시 돌아왔다. 2002년 ‘본 아이덴티티’를 시작으로 2004년 ‘본 슈프리머시’, 2007년 ‘본 얼티메이텀’에 이어 9년 만이다.

첩보 액션영화 중 가장 완벽한 영화로 평가받는 본 시리즈는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화려한 액션과 멋스러운 주인공 대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는 생존형 스파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아날로그적인 맨손 액션은 소박하지만 근접 촬영과 빠른 편집으로 본 시리즈만의 독특한 연출스타일을 완성해냈다. 더욱이 상업영화로서 오락성은 물론 사회적 이슈까지 담아내어 영화의 품격을 높였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최근 개봉한 ‘제이슨 본’은 기억을 찾았으나 자신의 과거를 둘러싼 또 다른 음모와 마주치게 된다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야경 속에 펼쳐지는 200대가량의 자동차 추격신은 관객들을 열광케 한다. 아이맥스 대형화면은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생동감과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촬영과 음향도 이를 거든다. 유럽, 미국, 스페인, 베를린 등 전 세계를 넘나드는 화려한 로케이션은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다.

디지털 정보통신의 위력도 과시한다. 정보통신 기술 발달에 힘입어 이제 정보통신회사나 국가정보기관은 세계 어느 곳이든 감시할 수 있다. CIA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CCTV 그리고 위성을 이용해서 제이슨 본의 행동을 실시간 감시한다. 인터넷을 통한 통제와 조작도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CIA의 은밀한 지원을 받은 인터넷 서비스회사인 딥 드림이 개발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 인구를 감시하려고 시도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러더는 텔레스크린으로 사회를 감시했다. 과거 빅 브러더의 실체는 매우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소설 속의 그것과 흡사한 감시체제가 현대에 이르러 실제 사회에서도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스토리보다 화면에 무게 중심을 둔다. ‘제이슨 본’의 스토리 구조는 전편에 비해 아쉬운 점이 있다. 자신을 찾는 과정에서 CIA의 음모를 파헤친다는 단순설정이 9년 공백을 메우기에는 빈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영화의 추세는 복잡한 스토리보다는 화려한 볼거리 위주로 가고 있다. 특히 로맨틱, 드라마가 아닌 액션영화인 경우는 더하다. 아이맥스와 같은 대형화면이 설치되고 3D촬영과 음향기술이 발달되면서 영화는 스토리중심에서 화면중심으로 급속히 전환되는 중이다. 과거에 비해 시나리오의 중요성이 낮아지는 대신 스타배우와 화려한 볼거리의 비중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9년 만에 돌아온 맷 데이먼과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제이슨 본’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디지털 시대, 스토리보다 화면 위주로 영화가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디지털 정보통신 시대 일어날 일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린다. ‘제이슨 본’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하나로 연결된 세계에서 우리의 모든 행동을 감시한 오웰의 빅 브러더를 연상케 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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