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소리'부터 다르다. 스크린에서 '역대급 먹방연기'를 펼쳐온 하정우가 신작 '터널'에서도 기상천외한 먹방을 선보였다.
지난 3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터널'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터널'은 국내 굴지의 배급사 쇼박스가 올여름 선보이는 텐트폴 영화로,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등에 이은 한국영화 대전(大戰)의 마지막 주자다.
'터널'은 즐거운 퇴근길, 갑자기 무너져내린 터널 안에 갇혀버린 남자 이정수(하정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무너진 터널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주인공과 터널 밖 그를 구조하려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병치돼 재난에 관한 다양한 사유를 낳는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처했으면서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주인공 정수를 연기한 하정우는 기존 재난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인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처한 재앙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애를 쓰고, 그곳에 적응까지 해버리는 과정은 때때로 웃음을 유발하며 '역시 하정우!'란 감탄사를 절로 자아낸다.
특히 하정우의 먹방은 늘 관객들의 식탐을 자극하는 만큼 이제는 그의 전매특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이번엔 개사료다.
'황해'에서 뜨거운 감자를 먹거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중국음식을 먹었던 '하정우표 먹방'이 이번 영화에서도 등장하는데, 이번엔 사람이 먹는 음식이 아닌 개사료라 더욱 눈길을 끈다.
먹을 것은 물론이고 물 한 방울도 아까운 고립된 장소에서 개사료는 정수가 연명할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 되는데, 하정우는 이 장면을 위해 실제 개사료를 70~80알이나 먹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저걸 어떻게 먹지?'란 고민이 들기도 전에 '쩝쩝' 소리까지 내 가며 사료를 맛있게 먹는 하정우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왜 그가 '먹방의 대가'란 말을 듣는지 그 이유를 단번에 알게 된다.
하정우는 인터뷰에서 "제 먹방 연기가 연출자의 의도나 작품 분위기를 흐리면 어쩌나 처음엔 고민이 많았다"면서 "그런데 의외로 대부분의 감독님들이 제 먹는 연기를 좋아하신다. 제 연기가 왜 다른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음식을 먹다 뱉는 게 아니라 진짜 먹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한다. 맛있게 먹으려면 기본적으로 음식이 따뜻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하정우가 이 영화에서 먹어치우는 음식이나 음료는 개사료 뿐만이 아니니 영화를 보며 직접 확인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터널'은 오는 10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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