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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자율주행차 사고나면 누구 책임?

입력 : 2016-08-03 05:00:00 수정 : 2016-08-02 10: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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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국내 정밀지도 반출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내법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이득만 챙겨가는 구글이 문제라는 주장과 사용자를 불편하게 하는 정부 규제가 문제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대부분의 시민들은 구글의 국내 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입니다. 구글이 한국 법을 지키고 세금 등 관련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처럼 구글이 국내 정밀지도를 반출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지도 데이터를 가지고 자율주행차 운영체제(OS)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국내에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법규나 제도가 정비되기 전 정밀지도 반출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사고로 인한 법적 리스크 없이 미래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공산이 큽니다. 구글 정밀지도 반출 논란과 자율주행차 관련 각종 이슈에 대해 살펴 봤습니다.

최근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모델S'가 오작동하면서 자율주행 첫 사망사고 발생했다. 앞서 구글의 자율주행차도 버스와 사고를 일으켜 안전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같은 사망사고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기능을 앞세운 경쟁은 여전히 뜨겁게 불 붙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사람보다 10배 안전한 자율주행차 개발 로드맵 ‘마스터플랜2’ 최근 발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0년까지 고속도로 주행 자율주행차 출시계획 밝혔고 △구글은 오는 2030년 완전 자율차 상용화 목표로 지난 7년간 400만km 도로를 주행했으며 △애플은 '아이폰의 주역' 밥 맨스필드 투입해 ‘프로젝트 타이탄’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5 사물인터넷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2020년에 이르면 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된 차량이 2억5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교통부는 2030년 전체 자동차의 26%가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로 대체되고, 나머지 차량에도 부분적인 자율주행 기능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운전자의 조작 없이 자율주행하는 자동차가 실제 현실에 등장,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법적·윤리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가령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그대로 달리면 보행자 10명의 목숨을 잃고, 방향을 틀면 보행자는 살지만 운전자와 탑승자가 사망한다고 할 경우 어떻게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운전자와 탑승자를 희생하고 최대한 많은 생명을 구하는 쪽으로 알고리즘을 구현할 경우 운전자는 자율주행차량을 타지 않을 것이다. 이에 반해 보행자는 무시한 채 운전자만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래밍할 경우 윤리적인 문제를 포함하여 엄청난 비난에 휘말릴 것이다.

◆韓 현행법상 자율주행차 사고, 소프트웨어 기업 법적 리스크 없어

세계적인 인공지능 대표 석학으로 알려진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대 교수는 자율주행차 사고 시 제조사에 100% 책임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러셀 교수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차 사고 시 자신들이 전체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만약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각 국가별 입법부에서 자율주행차 판매 자체를 금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현행법상 교통사고 시 법적 책임의 주체는 ‘살아있는 자연인’인 운전자로 한정되어 있다. 만약 인공지능 시스템 기반으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가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제조사나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져야 하는데, 자율주행차는 운전자로 인정될 수 없는 법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럴 경우 자율주행차에서 운전자는 본인이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사고가 나면 형사처분의 대상이 된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일지라도 소프트웨어 자체가 제조물에 해당되지 않아 소프트웨어 업체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자율주행차로 사고가 날 경우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기업은 법적 리스크 없이 자율주행 관련 시험 운행이 가능한 최고의 '테스트 배드(Test Bed)'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글 등 기업들 자율주행차 관련 로비 '활활'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소재를 놓고 각 기업들은 치열하게 로비를 벌이면서 자사에 유리한 방향을 이끌어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해외에서는 보험사들이 자율주행차의 윤리적 판단이 필요할 경우 보험금액이 더 낮은 사람에게 위해(危害)를 가하도록 알고리즘을 개발해달라는 로비를 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관철될 경우 자율주행차는 보험사들이 보상해야 하는 보험금이 더 낮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하게 될 수도 있다.

구글이 중심이 된 기업들은 '더 안전한 거리를 위한 자율주행 연대(The Self-Driving Coalition for Safer Street)'를 구성했다. 이 협의체는 미국 의회와 규제당국 등에 로비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구글은 한국의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 구글이 정밀지도를 반출하려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정밀한 지도 데이터로 자율주행차 OS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약 80%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할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국내 정밀지도가 구글 자율주행차에 적용되면 자율주행차에서도 안드로이드 OS의 '데자뷰(기시감)'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내비게이션 광고부터 차량용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차량용 OS 생태계가 구글을 중심으로 짜이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에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고, 법∙제도가 정비되기 전 정밀지도 반출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사고로 인한 법적인 리스크 없이 미래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구글, 국내에서 자율주행 테스트하려는 '진짜 이유'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기업들은 2020년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한국은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기 최적의 나라로,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로 사고가 나더라도 법적인 리스크는 없을 뿐만 아니라 산업·도로·통신 등 인프라가 최적의 데이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국내 법·제도 정비는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은 자율주행차 관련 제도 정비를 선진국보다 늦게 시작했고, 개인정보·위치정보 보호, 자율주행차 관련 보험 논의도 더디게 진행 중이다.

만일 인공지능 시스템 기반으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가 사고가 날 경우 그 책임은 제조사나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져야 하는데, 자율주행차는 운전자로 인정할 수 없는 법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럴 경우 자율주행차에서 운전자는 본인이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사고가 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라도 소프트웨어 자체가 제조물에 해당되지 않아, 소프트웨어 업체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자율주행차로 사고가 날 경우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은 법적 리스크 없이 테스트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자율주행차의 최종타깃은 지도…구글이 지도만 반출한다면 '화룡점정'

자율주행차는 얼마나 많은 환경에서 테스트를 하여 데이터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한국은 좁은 면적에 42개 이상의 고속도로를 비롯한 각종 도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신망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각종 데이터를 압축적으로 쌓을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의 자동차 내수 시장은 세계 10위권에 현대기아차라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미리 입력된 고정밀 지도를 기반으로 주행이 이루어진다. 지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차에 달린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주변의 상황을 인식하며 위치를 파악한다. 폭설·폭우·안개 등으로 도로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도 고정밀 지도로 운행이 가능한만큼 자율주행차의 핵심은 바로 '지도'다.

◆5000분의 1 디지털지도, 오차 3.5m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정교

한편 자율주행차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마치 도미노처럼 제조업 및 금융업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소프트웨어로 차를 움직이는 시대가 도래하면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완성차 업체들도 구글에게 주도권을 내어줄 수 있다. BMW·다임러·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지난해 공동으로 '히어(Here)'라는 지도회사를 3조6000억원에 사들인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게다가 구글이 지도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차 보험 같은 금융산업까지 영역을 넓히는 것도 가능해진다. 가까운 예로 중국의 바이두는 1억명에 달하는 바이두 맵(map)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근 온라인 자동차 보험에 진출했다.

한 IT 전문가는 "정밀지도 데이터가 반출되면 자율주행차와 결합해 엄청난 양의 각종 국내 빅데이터(Big Data)도 함께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며 "이를테면 차량을 타고 누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으며, 주위의 광경은 어떤지 구글의 서버에 빠짐없이 기록된다. 특히 한국은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에 관련 데이터 확보에 굉장히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글이 서버를 국내에 두지 않는 한 국내 정부나 한국 이용자들이 어떤 정보가 어떻게 넘어가며, 또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 쉽지 않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지도 데이터를 무작정 반출하려는 구글의 시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들끊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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