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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새엄마를 살려야 해요"…43℃ 땡볕 아래 고물 줍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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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01 13:52:59 수정 : 2016-08-03 15: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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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40℃를 오르내리는 땡볕 아래에서 소년은 고물을 줍는다. 조금이라도 돈을 모아야 의붓엄마가 살 수 있어서다. 또래 아이들이 가족들과 수영장에 가지만 소년은 그런 건 꿈도 꿀 수 없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 시나닷컴 등 외신들에 따르면 허난(河南) 성 난양(南陽) 시에 사는 왕 정(12)군은 고물을 주우러 매일 길거리로 나선다.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왕 군은 친구들처럼 ‘하하호호’ 웃는 여름방학은 기대도 못한다.



왕 군의 ‘의붓엄마’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어서다. 사실 왕 군은 어렸을 적 친엄마가 있었지만, 집을 뛰쳐나가 다른 남성과 결혼한 뒤로 조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왔다. 왕 군의 아버지는 가족 생활비를 위해 타지에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부족한 살림에도 화목하게 지냈던 왕 군의 가족은 할머니가 몸져 자리에 누우면서 고비를 맞았다. 그동안 모아둔 돈을 할머니 치료비에 쓰느라 이들의 가계는 날로 기울었다.

왕 군의 아버지가 새 아내를 맞아들이면서 다시 웃음을 되찾는가 했다. 소년의 의붓엄마는 착했다. 가족들을 잘 보살폈고, 특히 친엄마 없이 살아온 왕 군을 자기 자식처럼 돌봤다. 친엄마 없어 뻥 뚫렸던 왕 군의 가슴을 조금씩 의붓엄마가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게 왕 군의 의붓엄마까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자리에 눕게 됐다. 왕 군은 ‘백혈병’이 무엇인지 몰랐으나, 자신을 따뜻하게 돌봐준 새엄마의 힘을 뺏어간다는 건 알았다. 의붓엄마 치료를 위해 이들 가족이 지출한 돈도 10만위안(약 1680만원)에 달했다.

“새엄마는 저와 할머니, 할아버지를 잘 보살펴 주셨어요. 그런데 의사선생님께서 얼른 치료하지 않으면 엄마가 죽을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저는 새엄마를 잃고 싶지 않아요.”

왕 군은 상하이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난양 시의 수은주는 섭씨 43.5℃를 기록했다. 건장한 성인이라도 외출이 힘든 날씨다. 하지만 왕 군은 포기할 수 없다. 깡마른 소년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고물을 줍기 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치료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만이 가득했다.

왕 군은 “우리 새엄마와 가족을 구해주세요”라는 글이 적힌 나무판자를 목에 걸고 다닌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가족의 처지를 알리려고 말이다.



2.5위안(약 420원). 왕 군이 매일 고물을 팔아 쥐는 돈이다. 턱없이 적은 돈이지만 소년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언젠가 많은 돈을 모으면 새엄마를 반드시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왕 군과 그의 새엄마가 환하게 웃을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중국 시나닷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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