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는 12일 “중국의 남중국해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중재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중재판결에 근거한 그 어떤 주장이나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최근 인민해방군에 남중국해 분쟁에 대비, 전투준비태세를 명령했다고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이 보도했다. 보쉰은 베이징의 군사소식통들을 인용, 시 주석은 중재재판소 결정을 계기로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무력도발에 나설 경우 중국군에 일전불사할 각오를 다지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시달된 시 주석의 이런 명령으로 남부전구(戰區)와 전략핵잠수함 부대는 이미 1급 전쟁준비태세에 들어갔으며 중국군 전체에 2급 준비태세령이 발동됐다는 것이다.
중국이 구단선에 근거해 남중국해 거의 모든 해역에서 인공섬 건설을 통해 군사거점화하는 상황에서 강제력이 없는 중재재판소 판결은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 유엔해양법협약 가입국이자 국제 무대에서 책임 있는 대국을 자처하는 중국이 판결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지만 국제법이 중국을 강제할 만한 수단이 없어서다.
중국의 대응책으로는 남중국해 인공섬 매립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반격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중국 교통운수부는 지난 10일 남중국해 인공섬에 이미 4곳 등대 가동에 들어갔고 이번에 중재재판소가 필리핀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미스치프암초(메이지자오)에도 등대를 조만간 완공해 가동 일정을 공개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미군은 이번 판결로 국제법적 정당성을 확보한 ‘항행의 자유 작전’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책은 남중국해에 대한 군사력 증강에 앞서 무력과시가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판결에 앞서 중국군은 지난 5∼11일 파라셀제도(중국명 시사군도·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에서 남해·동해·북해함대 3대 함대의 군함 100여 척, 항공병단, 잠수함,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해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훈련은 우성리(吳勝利) 해군총사령관 등 상장(대장)급 4명이 직접 지휘해 시 주석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미국에 맞서기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6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해야 할지 말지는 현재 영공의 안보 위협 수준을 포함해 각 방면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이 선포될 경우 항공모함 전단 등을 동원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하는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게 자명하다. 중국은 남중국해, 동중국해 영유권 법적 분쟁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유엔해양법협약에서 탈퇴하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베이징=신동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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