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는 그동안 ‘잃어버린 10년’의 노정을 밟았다.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파문 이후 과학계가 ‘황우석 트라우마’에 발목 잡힌 탓이다. 그 결과 줄기세포 연구는 아직도 긴 겨울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구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세계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생명공학 연구는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생명공학의 판도를 바꾸는 줄기세포 연구의 ‘게임 체인저’로 등장했다. 일본 교토대 연구팀은 2007년 체세포에 유전자를 넣는 방식으로 역분화줄기세포(iPCs)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로 2012년 노벨의학상까지 받았다. 미국 글래드스톤연구소와 UC샌프란시스코 소아과 공동연구진은 최근 새로운 개념의 역분화줄기세포를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한때 줄기세포 연구 우등생이었던 우리나라는 낙제생 처지에 놓여 있다. 과학자는 해외로 나가고 치료를 받는 환자는 일본으로 간다. 이런 모습은 세계의 변화에 뒤떨어진 국내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정부 승인이 까다로워지고, 조작을 의심하는 눈으로 규제를 강화하니 연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생명공학은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낼 핵심산업이다. 이번 연구 승인을 계기로 생명윤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규제를 걷어내 줄기세포 연구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연구에는 조건이 붙었다. 동결난자만 사용하고, 합법적인 난자 획득과 인간복제 오용 방지를 위한 감시의 틀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무분별한 난자 이용과 복제배아의 훼손을 막아 생명윤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다. 생명윤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흔들려서는 안 될 고귀한 가치다. 그 윤리는 연구자 스스로 엄격한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최고의 선으로 생각하는 히포크라테스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래야 생명과학의 새 지평도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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