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성 신경병증(길랭-바레 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이라는 병으로 병원에 옮겨졌던 캐나다의 한 여성이 불굴의 의지를 불태워 전신마비를 극복한 감동적인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캐나다에 사는 홀리 젤라흐(31)는 2011년 2월, 제왕절개수술로 첫 딸 케이시를 낳았다.
딸과 행복하게 살 기대를 품고 집으로 돌아간 젤라흐. 그런데 2주 정도 지난 어느날, 딸에게 젖 먹이려던 그는 손끝이 따끔해진 것을 느꼈다. 다리에도 좀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상했다.
감기에 걸렸겠거니 생각한 젤라흐는 다음날 병원으로 향했다. 어딘가 그의 신경이 눌렸다고 생각한 의사는 별다른 심각한 말 없이 집에서 쉬면 괜찮아질 거라며 젤라흐를 돌려보냈다.

그날 밤 일이 터졌다. 케이시에게 수유하려던 그는 갑자기 다리가 풀려 바닥에 탁 주저앉고 말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에 있는 한 병원에 옮겨진 젤라흐에게 의료진은 ‘급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성 신경병증’ 진단을 내렸다.
‘길랭-바레 증후군’으로도 불리는 이 병은 말초신경에 생긴 염증으로 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싼 ‘수초’라는 절연물질이 벗겨지면서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이다.
아직도 정확한 발병 원인을 알 수 없다. 당시에도 의료진은 젤라흐가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토대로 분만이 그의 병을 유발한 게 아닐까 추측할 뿐이었다.
그렇게 사흘 만에 젤라흐의 몸은 완전히 마비됐다. 움직일 수 없었다.
젤라흐는 “비참했다”며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았다”며 “무섭고 우울하고, 케이시를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된 젤라흐는 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 혈액투석 동안 그의 혈관이 터져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그는 다섯 시간 동안 수술실에 있었는데, 의료진은 젤라흐의 가족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늘밤을 넘기기 힘들다’던 말에도 젤라흐는 살아남았지만, 목숨을 건진 대가는 컸다. 그는 온몸이 마비돼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딸 케이시가 의사들 손에 들려 가슴에 놓였을 때, 그는 아기에게 체온을 주지 못하는 현실의 모습이 엄마로서 적합한가를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젤라흐는 포기하지 않았다. 특히 재활 치료를 겁내지 않았다. 병 치료와 더불어 재활에 들어간 그는 전문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온전한 근력을 되찾을 때까지 물리치료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았다.
젤라흐는 “호흡기를 뗐을 때가 생각난다”며 “처음 30초였던 시간은 조금씩 늘어나더니, 나중에는 호흡기 없이 지내는 시간이 계속 늘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마라톤을 뛰는 것 같았다”며 “점점 폐가 강해지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젤라흐가 완전히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을 때는 처음 병원으로 실려 간 이후, 126일이나 지난 뒤였다. 거의 4달이나 병원신세를 졌다. 이제 케이시가 다섯 살이 된 젤라흐는 딸과 함께 운동하고 밝게 사진 찍을 수 있는 현실이 행복하다.

젤라흐는 “딸과 집으로 돌아가던 날 정말 기뻤다”며 “지금의 나는 매일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딸도 제대로 들어 올리지 못했다”며 “병원에 실려 가기 전만큼 몸이 강해질 때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고 덧붙였다.
“훗날 딸이 자랐을 때 옛날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듣게 되더라도 날 이해해줄 거라 믿어요. 솔직히 부모 역할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하지만 이제 딸을 위해 난 이곳에 서 있지요.”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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