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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다시 만난 초대형 화면 '벤허'

입력 : 2016-07-10 12:00:00 수정 : 2016-07-10 01: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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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의 영화가 재개봉돼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이번엔 좀 많이 오래된 영화다. 1962년 2월1일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봉된 ‘벤허’(감독 윌리엄 와일러, 1959)가 54년이 흐른 2016년 7월7일 다시 개봉했다.

사실 ‘벤허’는 우리나라에서 1962년 개봉 이후, 1972년, 1981년, 1988년, 1997년, 2007년에 재개봉된 바 있다. TV, DVD 등을 통해 만날 수도 있었지만, 대형 극장 화면으로 만나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오늘은 ‘벤허’ 재개봉 소식으로 인해 떠오른 영화의 ‘대형화면’ 시스템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언뜻 보면 크기, 길이, 비율 등 온통 숫자들이 난무하는 얘기들이라 하겠다.

필자도 ‘벤허’를 처음 본 것은 성탄절이나 명절 특집 영화로 방영된 TV를 통해서였다. 1.33:1 가로 세로 화면비율의 약 20인치, 어쩌면 더 작은 화면으로 본 것이다.

1960~80년대 ‘벤허’의 서울 개봉관은 언제나 대한극장이었는데, 35미리 필름으로 촬영된 대부분의 당시 영화와 달리 65미리 필름으로 촬영된 ‘벤허’를 원본에 가깝게 상영할 수 있는 유일한 상영관이었다.

35mm, 70mm는 필름 폭이니까, 숫자 그대로만 봐도 매우 큰 해상도의 영화임을 짐작할 수 있다. 당연히 카메라와 영사기도 달라야 했다.(70mm 카메라 영사기는 훨씬 더 크기도 했다)

1955년 개관된 대한극장은 1900여석을 갖춘 국내 최대 개봉관이었고, 국내 유일 70mm 영화 상영관이기도 했다. 물론 당시 다른 극장들과 마찬가지로 단관 그러니까 스크린이 1개인 극장이었다.

65mm 필름으로 촬영된 ‘벤허’는 70mm 필름으로 인화되어 상영되는 것이 당시로서는 가장 원본에 가깝게 보는 방법이었고, 국내에서는 대한극장에서만 가능한 상영 방식이었다.

70mm 필름을 상영할 수 있는 영화관이 아니라면, 촬영 된 영상 그대로를 만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상영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70mm 상영관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35mm 필름으로 인화되어 상영되는 경우가 훨씬 많기는 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아이맥스 65mm 또는 70mm 필름으로 1.43:1인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비율로 촬영된 영화가 2.35:1 화면비율 스크린이 있는 일반 상영관에서 상영되는 경우, 촬영 된 영상 그대로를 구현하기는 힘들지만 상영은 가능하다.

아이맥스 65mm 촬영 시스템으로 촬영된 분량이 포함됐던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14)를 아이맥스 상영관과 일반 상영관에서 모두 본 관객이라면 차이를 기억할 것이다. 현재 국내 아이맥스 상영관들은 1.9:1 화면비율의 디지털 방식 상영관이기는 하지만.



65mm 필름으로 촬영해 70mm 필름으로 인화해 상영하는 방식이었던 ‘벤허’의 화면비율은 2.76:1 로 당시 다른 영화들보다 가로 길이가 훨씬 길었다.

옛 35mm 영화 중 ‘달나라 여행’(감독 조르주 멜리에스, 1902), ‘국가의 탄생’(감독 D.W. 그리피스, 1915)의 화면비율은 1.33:1이었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감독 빅터 플레밍, 1939), ‘사랑은 비를 타고’(감독 스탠리 도넌, 진 켈리, 1952)의 화면비율은 1.37:1 이었다.

1950년대 중반까지 영화관 스크린의 화면비율도 TV의 예전 화면비율인 4:3 그러니까 1.33:1 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요즘은 TV나 모니터의 화면비율이 대부분 16:9 즉 1.77:1 로 바뀌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혹은 현재도) TV나 모니터의 화면 비율은 4:3 즉 1.33:1 이었다.

1950년대는 영화 역사 적으로 기술적 변화가 진행된 시기였다. TV의 대중화로 극장을 찾는 관객이 급감하고, 미국의 대형 영화사들이 1948년 미국 대법원의 판결 이후, 소유하고 있던 영화관 체인을 팔면서, 영화 제작 업계는 TV와 차별화된 영화 제작 등을 통해 매출 회복을 노렸다.

그 과정에서 ‘대형 화면’ 시스템이 시도된 것이다. 여러 기술적 시도를 통해 기존 영화 그리고 신생 TV보다 가로 길이가 훨씬 길어진 대형화면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1956년 영화 ‘십계’(감독 세실 B. 드밀)의 화면 비율은 1.85:1 이었고, 1957년 영화 ‘콰이강의 다리’(감독 데이비드 린)의 화면비율은 2.35:1 이었다. 그리고 1959년 영화 ‘벤허’의 화면은 2.76:1 이었다.

물론 대형화면 시스템을 택한 영화들은 대부분 소재와 배경 등도 거대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벤허의 삶을 통해 다룬 1959년 ‘벤허’는 1925년 무성 영화 시기에 제작된 ‘벤허’(감독 프레드 니블로, 찰스 브라빈)의 리메이크 작으로, 사운드와 컬러를 입고 거대한 화면으로 재탄생된 셈이었다. 두 영화 모두 원작 소설은 1880년 루 월리스의 동명 ‘벤허: 그리스도의 이야기’로, 1959년 ‘벤허’의 감독 윌리엄 와일러는 1925년 ‘벤허’의 연출부였다.

2001년 대한극장이 현재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재개관 된 이후,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에 70미리 필름 상영관은 없다. 그리고 일반 상영관의 화면비율은 대부분 2.35:1 이다. 65mm, 2.76:1 화면 비율의 원본 영상 그대로 ‘벤허’를 만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TV 방송이나 DVD 등을 통해 1.33:1, 1.77:1 가로 세로 비율의 작은 화면으로 만나 본 관객들에게 ‘벤허’의 재개봉은 분명 새롭고 거대한 경험을 줄 것이다. 예전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만나본 관객들에게도 디지털 리마스터링 된 버전의 재개봉은 추억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줄 것 같다.

현재 '벤허'는 개봉관이 91개로, 다른 재개봉작들보다 그래도 많은 편. 여러 세대가 함께하는 주말 극장 나들이를 추천해본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예술과 교수
두 번째 사진=1972년 9월5일 동아일보 '벤허' 전면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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